시대가 빠르게 변해 높은 아파트와 빌딩으로 도심이 화려해졌지만 여전히 일제강점기(1910~1945) 시대의 잔재가 우리나라 곳곳에 남아 있다. 그리고 그 유산을 가장 많이 간직하고 있는 곳 하나를 꼽으라면 바로 군산을 들 수 있다. 100여년이 지난 지금도 군산의 장미동과 월명동, 신흥동 등에는 일제시대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현재 군산에는 이들 일제잔재를 활용한 근대역사경관조성사업이 진행되는 등 근대 유산의 대한 새로운 조명이 이뤄지면서 관광객의 발길을 유혹하고 있다. 앉아서 구경하는 관람이 아닌 지도를 펼치며 그 속에서 하나씩 하나씩 숨은 자원을 찾아보는 재미와 즐거움이 담겨진 근대문화의 현장 속을 들여다봤다. “방학을 이용해 색다른 경험을 해보고 싶었어요. 인터넷을 검색하던 중 군산의 시간 여행을 알게 됐고, 우리나라의 역사와 시대적 배경을 알고 싶은 호기심에 (군산을) 찾게 됐죠.” 7월 끝자락인 31일 오전 11시께 월명동에서 만난 대학생 김미영(여‧21‧대전)씨는 단짝 친구와 함께 근대문화투어에 한참 빠져 있었다. 그녀의 시간여행은 근대역사박물관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이미 인터넷을 통해 사전 정보도 입수했다. 지난 2011년 9월 개관한 이곳 박물관은 군산의 근대문화와 해양문화를 테마로 설립된 곳으로 당시의 시대 상황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을 지녔다. 군산 여행길이 초짜인 김씨에게 첫 방문지로서 제격인 셈이다. 김씨는 “내항과 인력거차방, 영명학교 등 1930년대 군산에 실존했던 건물들을 복원해 당시 생활모습을 재현한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곳에서 군산의 다양한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어 다음 코스를 계획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그녀는 이미 이곳 박물관을 비롯해 옛 군산세관, 새롭게 리모델링을 한 조선은행, 부잔교 등을 살펴보고, 다음 장소인 히로쓰가옥을 향해 가던 중이었다. 김씨의 일행은 “길을 걸으며 주변의 옛 풍경을 살펴보고, 소중히 사진에 담는 소소한 재미가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군산여행길에 오른 또 다른 일행 이도선(28)씨와 그의 여자친구는 오전 투어를 마치고 이 일대 맛집을 찾고 있었다. 칼국수와 짬뽕, 김치찌개, 쇠고기 무국 등 메뉴 선정에 고민의 고민을 거듭하고 있던 이들 커플은 우스게 소리로 “군산에 맛있는 집이 너무 많은 것도 문제”라며 (본 기자에게) 메뉴를 추천해줄 것을 부탁하기도 했다. 이씨 커플은 오전에 해망굴, 초원사진관, 히로쓰가옥, 동국사 등을 둘러봤고, 오후에는 이성당, 근대역사박물관, 진포해양공원, 조선은행 등 내항 일대를 중심으로 발걸음을 옮길 것이라는 비교적 상세한 일정도 소개했다. 이씨는 “바다나 계곡 등도 좋지만 영화의 한 장면처럼 여자 친구와 색다른 기분과 추억을 쌓고 싶었다”며 “화려함은 없지만 알콩달콩한 즐거움이 숨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역사교육현장 및 관광지로서 이들 근대문화를 엿보기 위해 군산을 찾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교통 체증, 여행 계획 걱정 없이 떠나고자 하는 이들에게 맛있는 먹을거리가 가득하고 면적이 그다지 넓지 않아 충분히 걸어다니면서 구경할 수 있는 군산의 근대문화 현장은 매력 그 자체인 것. 하루 여행지로도 전혀 손색이 없다. 이런 이유에서 최근 장미동을 비롯해 월명동 등에서 근대의 흔적들을 보기 위한 젊은 외지인과 관광객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관광객 김은선씨는 “도심 가운데에서 다양한 근대건축물을, 그것도 손쉽게 돌아다니면서 볼 수 있다는 것이 군산만의 가진 특징”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곳 근대문화 현장을 찾은 방문객 수도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군산근대역사의 중심에 있는 근대역사박물관의 경우 최근 일일 방문자 수가 평균 1000여명에 달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10만명이 넘는 방문객이 다녀갔고, 입장료 수입도 1억원을 돌파했다. 박물관 관계자는 “유료화 이후에도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늘고 있다”며 “고무적인 것은 단체관람보다 가족 및 커플 단위의 관람이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전체 관람객들 중 70%는 외지인으로 조사되고 있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인근 진포해양테마공원도 일일 평균 500명 이상이 다녀가고 있으며, 지난 6월 28일 개관한 조선은행(군산근대건축관)도 하루에 수백명이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처럼 관광객들의 행렬에 주변 식당과 찻집, 가게들도 함박웃음이다. 한 음식점 주인은 “군산 근대역사를 보러 온 손님들을 심심치 않게 받고 있다”며 “이곳이 앞으로 잘 개발돼 지역 경제와 잘 연결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근대산업유산 예술창작벨트 사업을 비롯해 현재 월명동에 조성 중인 근대역사 체험공간과 맛의 거리, 탐방로는 군산 경제와 관광을 이끌 자원”이라며 “명실상부한 근대역사문화도시의 메카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군산 근대역사 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돼 지역의 대표 관광명소로 거듭나는 그 날을 많은 이들이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