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한 냄새와 함께 따닥따닥 밥 눌른 소리. 돌솥 한가득 덮인 전복·소라·홍합 등 각종 해산물이 군침을 돌게 한다. 고슬고슬한 밥 위에 간장 양념장 2스푼을 끼얹고 부추 겉절이를 듬뿍 얹어 숨이 다 죽을 때까지 쓱쓱 비빈다. 한 숟가락 떠먹으면 깊고 은은한 바다향기와 쫄깃한 식감이 연신 감탄사를 뿜어내게 한다. 조석으로 쌀쌀한 날씨에 뜨끈뜨끈한 해물돌솥밥이 구미를 당기고 몸과 마음을 훈훈하게 하고 있다. 평범한 돌솥밥은 가라. 국내 최초 해물돌솥밥으로 소문나 전국 각지의 파워블로거와 여행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서진해물곱돌솥밥’. 이성당 건너편에서 8년간 영업해온 이순환(64) 해물곱돌솥밥 대표가 맛의 거리 활성화에 동참하고자 굳은 결심을 하고 지난 15일 신창동으로 둥지를 옮겨 문전성시다. 이곳의 메뉴는 단 두 가지. 제철 해물이 가득하면서도 비린내가 전혀 나지 않는 해물곱돌솥밥과 주당들을 위해 개발한 해장국인 ‘우거지갈비탕’이 그것이다. 해산물이 풍부한 군산과 일식요리를 전공했던 자신의 전력을 살려 해산물을 이용한 요리 개발에 몰두했다. 60가마니의 쌀로 해물돌솥밥을 지으며 숱한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지금의 맛을 창조해낸 것. 그런 노력 끝에 전국에서 걸려오는 관광객들의 예약전화가 줄줄이다. 지난 25일 점심시간에만도 80여명이 들이닥쳐 영업장인 1층은 물론 살림집인 2층까지 손님들로 가득했다. 또한 전북 맛집으로 선정되고 블로거들의 소개, 잡지와 방송 등 250여회의 인터뷰로 입소문이 자자해졌다. 이젠 군산IC가 ‘서진’을 찾아가는 길 안내도우미를 할 정도다. 그동안 이전개업을 준비하면서 영업을 못하자 천막이라도 치고 손님을 받으라는 아우성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서진은 전라북도 향토음식 품평회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지난달에는 전북을 대표해 올리브TV의 한식대첩에 출전해 군산을 넘어 전북의 대표 맛집으로서 그 실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6개월간 진행되는 녹화로 영업에 지장을 받아 1억원의 상금을 중도 포기해야만 했다. 이 대표는 “계속해서 걸려오는 손님들의 예약전화 때문에 대회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요리하는 이유는 군산의 맛을 알리기 위함인데 손님과의 약속을 져 버릴 수가 없더라”고 밝혔다. 군산 토박이인 이 대표는 7남매 중 넷째로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자주 배를 곯아야만 했다고. ‘요리사가 되면 배불리 먹을 수 있겠다’는 순진한 생각으로 14살에 무작정 상경. 파고다 공원에서 나흘간 노숙을 하다 우연히 만나 이로부터 숙식을 제공해주는 식당을 소개받아 부푼 꿈을 안고 열심히 일했다. 그런데 6개월이 지나도 월급 한 푼을 주지 않는 게 아닌가. 따져 물으니 주인은 그의 귀뺨을 후려치며 이미 6개월치 급여를 소개자에게 주었다는 게 아닌가. 어린 소년은 충격을 받고도 오갈 곳이 없어 그곳에서 몇 해 더 일을 해야만 했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한 요리사 인생이 올해로 45년째. 서열을 중시하고 칼과 불, 기름 등 위험 요소가 많은 주방은 좀처럼 견디기 힘든 곳이었지만 희한하게도 요리하는 그 순간에는 온갖 잡념이 다 사라지고 행복했다. 온갖 구박과 시련 속에서도 기술을 연마해 고급일식집과 호텔에서 근무하며 자신감을 얻은 이 대표. 그는 자신이 직접 개발한 요리로 입맛 까다로운 고향 군산에서 당당히 인정받고, 군산의 대표 먹을거리로 승격시키고 싶다는 꿈을 안고 8년 전 귀향했다. 이제 해물곱돌솥밥을 통해 군산의 맛과 멋을 더욱 적극적으로 알리고자 서진법인회사를 설립, 프렌차이즈 사업을 시도하는 그에게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