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135cm에 몸무게 55kg인 초등학생 김(10)양의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느라 아이를 돌볼 시간이 없다. 그렇다 보니 자녀가 군것질에 노출돼 있는 것을 미처 신경 쓰지 못할 때가 많다. 최근 소아과에서 (딸의)비만 관리가 시급하다는 의사의 소견을 듣고 그 심각성을 늦게나마 깨달게 된 김양의 부모. 어머니 박모씨는 “일하느라 아이의 식단을 고려하지 못한 점이 마음에 걸린다”며 “더 심해지기 전에 각종 운동을 시켜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키 160에 73kg의 몸무게를 지닌 여고생 이 양(18)은 인스턴트 식품을 즐겨 먹는다. 친구들과 편의점에서 라면과 햄버거 등으로 식사를 대신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결국 이 양은 중학교 때보다 무려 20kg이나 살이 쪘다고 했다. 군산 소아청소년 비만 학생들이 해마다 늘고 있어 비상이 걸렸다. 군산교육지원청이 제공한 올해 군산시 비만관련 통계를 보면 전체 초․중․고 학생 수 3만4108명 중 5,603명이 비만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16% 정도. 초등학생의 경우 총 1만5,861명 중 2,436명(15.4%)이, 중학생은 총 9,242명 가운데 1,412명(15.3%)이 비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고등학생은 총 9,005명 중 1,755명(19.5%)이 비만이다. 이 같은 수치는 지난해 초등학생 비만 2,354명(14.6%), 중학생 비만 1,382명(13.9%), 고등학생 비만 1,570명(18.0%)에 비해 다소 늘어난 것이다. 특히 특이한 점은 초등학교 남학생과 남고생 중도비만 수가 지난해에 비해 크게 늘었다는 것. 초등학교 남학생의 중등도 비만은 지난해 543명에서 605명으로 증가했고, 남고생 중도비만 수는 지난해 288명보다 146명 많은 434명으로 크게 올랐다. 여기에 여고생의 고도비만도 지난해 79명에서 123명으로 44명 늘어났다. 이처럼 비만이 늘어나는 이유로는 잘못된 식습관과 운동 부족, 지나친 학업 스트레스 등이 대표적. 군산시 보건소 관계자는 “소아청소년 비만 80% 정도는 고열량 음식을 즐겨 먹는 식습관에 기인한다”며 “맞벌이 부부가 많아지면서 자녀의 식습관 간섭이 줄어드는 것도 비만 증가 원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늘어나고 있는 소아청소년 비만은 성인병에 이어 성(性)조숙증, 성장 저하 등 다양한 질병으로 번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이미 WTO에서도 1996년 비만을 심각한 성인병으로 규정하고 있을 정도로 비만은 단지 겉모습 문제가 아닌 건강상의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 이런 가운데 지역 내 비만 학생들에 대한 예방 및 관리 시스템은 매우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비만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매우 미흡할 뿐 아니라 사실상 의미 없이 진행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 실제 올 해 군산지역에서 체중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한 학교는 초․중․고를 합쳐 42개교에 불과하다. 전체 학교 수가 89개인 점을 감안하면 절반도 못 미치는 학교에서도 비만 프로그램 및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것. 고등학생의 경우 수업, 야간자율학습 등 앉아있는 시간이 많아 운동하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내용도 비디오 시청, 강의 등 일회성에 그치고 있어 직접 몸을 움직이는 운동 프로그램, 학생들에 대한 영양상담 등이 선두돼야 한다는 게 학부모들의 희망 사항. 학부모 김정숙(40)씨는 “갈수록 소아청소년 비만이 증가하고 있어 부모 입장에서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라며 “학교와 가정의 관심이 아이들에게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시보건소 건강관리과 관계자는 “소아청소년 비만은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학교, 보건당국, 가정의 관심이 중요하다”며 “내년부터는 각 학교들과 연계해 걸어서 등교하기 운동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소아청소년 비만이란 청소년기 또래들보다 비만인 경우를 말하며, 실제체중(kg)/표준체중(kg)*100인 비만도 측정 시 10~20%는 경도, 20~30%는 중등도, 50%가 넘으면 고도비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