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월례대회․호남칠정궁술경기 마련해 ‘화제’
“관중이오!!” 과거 무인들이 활을 쏴 과녁을 맞혔을 때 시동(화살을 주워오거나 심부름을 하는 아이)이 깃발을 흔들며 하는 말이다. 이는 사극에서나 봤던 장면이며, 현실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광경이다.
그러나 군산시 개정면에 소재한 진남정에서는 아직 무과시험을 보듯이 145m 거리에서 활을 쏘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경기 중 깃발을 돌려 관중여부를 기록해 심판에게 알려주고 화살을 주워 모아 보내주는 역할을 하는 고전(현대에 시동을 부르는 국궁 용어)을 볼 수 있다.
군산 지역의 대표적인 활터인 진남정은 몇 차례의 이전 과정을 거쳐 군산 도심 외곽에 새롭게 조성했다.
진남정은 이 고장 유림과 유지들의 발의로 지난 1921년 경암동 경포천 주변에 건립했다가 하천 범람으로 1928년 월명동으로 이전한 뒤 2006년 개정면 발산리의 최호 장군 유적지 내에 새로 건립해 이전하게 됐다.
이곳에는 군산시궁도회(사백 윤백일)도 함께 하고 있다. 궁도는 국궁(國弓)과 양궁(洋弓)으로 나뉘는데 지난 1983년 양궁협회가 대한궁도협회에서 분리돼 나가면서 궁도협회는 실질적으로 국궁협회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군산시궁도회 또한 명칭만 궁도회일뿐 사실상 국궁인들이 모인 국궁협회라고 지칭할 수 있다.
국궁은 한국인의 전통 궁술, 또는 전통 활을 일컫는다. 주로 노인층의 전유물이었으나, 양궁의보급과 더불어 젊은 층에도 레저스포츠로 보급되고 있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고, 혼자서도 즐겁게 수련할 수 있으며, 정신 수양과 건강에도 좋다는 점 등이 특징으로 꼽힌다.
군산시궁도회 제38대 회장인 윤 사백은 “국궁을 할 때는 몸을 펴고 기를 펴는 동작을 많이 사용해 체력은 기본이고, 집중력도 길러진다. 또한 균형감각을 키우는 데 탁월한 스포츠다”고 말했다.
유구한 역사를 지닌 군산시궁도회는 매년 한 달에 한 번씩, 셋째 주 토요일 오후 2시 월례대회를 개최하는데, 지난해 600회를 맞이했을 정도로 유서 깊은 대회다.
또한 지난해 9월 진남정에서는 소속 7개정(강경 덕유정, 황등 건덕정, 익산 송백정(옛 이리 이화정), 군산 진남정, 김제 홍심정, 부안 심고정, 정읍 필야정)의 사원 16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제158회 호남칠정궁술경기가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호남칠정궁술경기는 87년 동안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국궁문화유산이자 전국 국궁계에서 가장 오래된 궁술대회다.
▲윤백일 사백(제38대 군산시궁도회장)
윤백일 사백은 “군산시궁도회는 지난해 개최된 호남칠정궁술경기에서 7인조, 개인전 장년부, 개인전 여자부에서 우승을 싹쓸이 할 정도로 실력 있는 국궁인들이 모여 있는 단체”라며 “전북도민체전에서도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우수한 성적을 선보이고 있다”고 자랑스러워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이 군산시궁도장이나 국궁에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아 안타깝다”면서 “군산시궁도장에서는 국궁 체험이 가능하므로 군산시민이라면 주말을 이용해서 진남정에 찾아와 국궁의 역사를 배워보시길 기대해본다”고 전했다.
끝으로 그는 “남은 임기동안 회원들이 편안하게 활을 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면서 “또한 전국적으로 국궁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이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