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인단 44명 중 20명을 회장 시절 임명하고 출마
최근 치러진 군산시축구협회장 선출을 위한 선거가 부정선거라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선거에 앞서 이 같은 문제를 막기 위해 군산시체육회가 선거인단 구성과 관련해 군산시축구협회에 공문 등을 통해 시정을 촉구했지만, 별다른 조치 없이 선거가 강행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군산시와 군산시체육회가 산하단체와 소통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받고 있다.
군산시축구협회는 지난 3일 새로운 회장 선출을 위한 선거를 치렀다. 이날 선거에는 군산시축구협회장을 지낸 박용희 후보와 군산시축구협회 부회장을 지낸 정영주 후보가 각축을 벌였다. 다만 현직 회장이었던 박 후보는 군산시축구협회 규정에 따라 선거 50일 전인 11월에 회장을 사퇴한 상황이었다.
선거결과 대의원 44명이 선거에 참여해 박 후보가 25표, 정 후보가 18표, 무효 1표로 박 후보가 당선됐다. 표면적으로는 박 후보의 무난한 승리였다.
문제는 회장 선출을 위한 선거인단 구성이었다. 군산시축구협회는 회장 선거인단인 대의원 44명을 군산지역 24개 클럽 단장(당연직대의원) 24명과 군산시축구협회 상임이사 11명과 분과위원장 9명으로 구성했다.
논란이 된 부분이 이 대목이다. 24개 클럽 단장은 각 클럽에서 선출된 대표성을 가지는 반면, 군산시축구협회 상임이사 11명과 분과위원장 9명은 회장이 임명했기 때문이다. 결국 회장에 출마한 박 후보는 44명의 선거인단 중 자신이 임명한 20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한 상황에서 선거에 나선 것이다.
이 때문에 정영주 후보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정 후보는 “군산시축구협회는 2,000여명의 회원들을 대표하는 기관으로, 무엇보다 회원들의 대표성을 가지고 활동해야하는 만큼, 각 클럽의 대표가 회장을 선출하는 것이 진정한 민주주의고 대표성을 가질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군산시축구협회장 선거는 현 회장이 임명한 40%가 넘는 선거인단이 참여하는 선거로, 그 시작부터 부정선거였다”며 “지역 축구인의 명예 회복과 축구발전을 위해 끝까지 부당함과 싸워나가겠다”고 말했다.
특히 “이 같은 부정선거가 알려지면서 클럽 단장(당연직 대의원)과 많은 동호인들이 부정선거 결과에 대해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옴에 따라, 상위 집행기관인 전북도체육회와 군산시체육회 등을 상대로 조사를 요청하는 동시에 법적인 조치도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용희 후보는 “이번 회장 선거는 군산시축구협회 정관에 따라 치러진 선거여서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며 “선거인단의 구성은 정관에 따라 구성된 것으로 부정선거라는 지적은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관에 따라 선거인단 44명중 상임이사와 분과위원장 20명을 회장에 있을 때 임명한 것은 맞지만, 임명한 사람들이 전폭적으로 지지를 보냈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논란은 이미 예견돼 있었다. 지난달 열린 군산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김경식 행정복지위원장은 “(다음달로 예정된) 군산시축구협회장 선거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기를 하는 것과 같다”며 “44명의 선거인단 중 20명의 선거인단을 자신이 회장 시절에 임명하고 선거에 나간다는 것은 누가 봐도 불공정한 선거가 될 것”이라며 군산시와 군산시체육회에 대책 마련을 주문한 바 있다.
이 같은 지적에 따라 군산시체육회가 군산시축구협회에 “‘군산시체육회 규약’ 제53조, 제54조와 ‘회원 종목단체 선거 관리규정’ 제4조를 준용해 선거인단 구성원 중 상임이사 11명과 분과위원장 9명 등 총 20명은 투표권이 없다”며 시정할 것을 요구했지만 선거는 그대로 강행됐다.
군산시체육회의 한 관계자는 “공정한 선거를 위해 군산시축구협회에 선거인단 구성과 관련해 시정을 촉구했지만, 상위법에 저촉될 소지가 높은 정관의 규정을 앞세워 선거를 강행했다”며 “이번 선거를 통해 선출된 회장에 대한 승인을 하지 않는 것은 물론, 군산시축구협회에 대해 정회원 자격을 박탈하고, 관리단체로 지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성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