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약자의 작은 목소리 만화 속에 담아
▲삐약삐약북스에서 출간한 도서들
지난해부터 군산지역에 관한 콘텐츠를 ‘만화’로 표현해내 주목을 받고 있는 기업이 있다. 바로 군산을 기반으로 활동을 시작한 독립만화 전문 출판사 ‘삐약삐약북스’다.
삐약삐약북스는 올해 4월 군산시가 문화․예술산업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조성한 ‘군산 콘텐츠 팩토리’ 2층에 입주했다. 이 출판사는 남편 김영석 씨와 아내 전정미 씨 부부가 공동대표로 있으며, 각각 불키드와 불친이라는 필명으로 만화가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성공에 연연하지 않고 꾸준히 성장하자는 바람을 담아 출판사명을 삐약삐약북스로 정했다. 전정미 대표는 병아리의 ‘삐약삐약’ 우는 소리가 본인과 남편이 생각하는 ‘성장’의 이미지와 부합했다고 설명하며 미소 지었다.
또한 지역의 출판사로서 정체성을 가지고 수도권과 지역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군산에 관한 콘텐츠를 글보다 이해가 쉬운 만화로 풀어나가고 있으며, 사회 주류에서 벗어난 작은 목소리들을 책으로 담아내고 있다.
이러한 출판사의 첫 책은 김영석 작가의 ‘정리의 밤’이다. 정리의 밤은 부산으로 인사이동을 당해 이사를 하게 된 주인공 ‘해은’이 단양, 군산, 순천 등 전국을 돌며 친구들에게 소중한 물건을 나눠주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이 작품에서는 ‘해은’이 군산에 사는 ‘지후’를 만나 초원사진관, 새만금 등을 돌아보는 장면이 담겨 지역의 관광지를 잔잔하게 녹여냈으며, 성소수자, 경단녀(결혼과 육아 탓으로 퇴사해 직장 경력이 단절된 여성)에 대한 에피소드를 담담하게 풀어내 인간이라면 누구든지 평등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또한 군산시 청년창업 희망키움 사업의 일환으로 임차인을 위해 만든 만화책 ‘어느날, 당신의 전셋집이 경매에 넘어간다면?’과 출산 뒤에 찾아오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이야기들을 작가의 경험으로 풀어낸 만화 육아 에세이 ‘출산 뒷이야기’ 등을 출간해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진솔하게 터놓았다.
이와 함께 삐약삐약북스는 ‘지역의 사생활99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의 다양성만화지원사업에 선정돼 군산을 포함한 비수도권 9개 도시를 배경으로 9권의 만화책을 출판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 중이다.
이는 작품에 비수도권 도시들의 갬성(개인에게 특화된 감성을 의미하는 신조어)을 담아서 독자들이 각 도시만의 매력과 장점을 알게 되고, 나아가 도시 재생까지 꿈꿔볼 수 있다. 특히 군산은 1970~80년대 복고적인 정서가 남아있어 독자들에게 어린 시절로 되돌아간 느낌을 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도 이들 부부는 군산 콘텐츠 팩토리 입주기업 선정에 이어 이달 문화콘텐츠 창업어시스트 프로그램인 상상공장(想相共場) 워킹 스페이스 운영사업에 선정되는 쾌거를 얻었으며, 지식공유공간 스페이스코웍에서 실시한 스타트프롬 군산에 참여했다.
스타트프롬 군산은 전북도 내의 현장, 실무 중심 크리에이터들을 발굴․육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콘텐츠 특화 올인원 패키지 교육으로, 삐약삐약북스는 최근 스타트프롬 군산 성과공유회에서 그동안의 활약상을 뽐내며, 참가자들과 심사위원들에게 극찬을 받았다.
▲삐약삐약북스 전정미 대표(좌), 김영석 대표(우)
김영석과 전정미 대표는 “수도권에서 살다가 군산에 내려와 보니 수도권에 다양한 문화산업이 집약적으로 모여 있고, 상대적으로 지역은 소외됐다는 걸 깨닫게 됐다”면서도 “그럼에도 수도권은 이미 포화상태여서 ‘내 자리’가 없을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지역에는 의외로 많은 기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그렇기에 지역청년들은 고향에서도 자신의 꿈을 키워갈 수 있음을 기억해주길 바란다”며 “삐약삐약북스도 군산에서 출판사의 가능성을 열고, 출판 관련지역인재를 고용하는 등 청년에게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성장해나가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황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