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을 여행하며 살고 싶은 도시로 꼽았던 청년은 직장생활 하던 서울을 떠나 군산에 정착한 후, 책방을 차려 자신의 미래를 그려나가고 있다. 마리서사의 임현주 대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에 본지는 임현주 대표를 통해 책방 마리서사를 열게 된 계기를 비롯해 이곳에서 진행되는 ‘플라스틱 프리 군산’ 프로젝트,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어봤다.
◆마리서사를 열게 된 계기
지난 2017년 7월 월명동 시간여행마을에 ‘마리서사’의 문을 열었습니다. 책방을 열게 된 것도 제게는 자연스러운 일이였습니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할 때 출판사 편집자로 일을 했었기 때문에 잘 알고 있는 분야의 일을 찾다보니 그 형식이 책방이 됐습니다.
군산 마리서사는 시인 박인환이 종로에서 운영했던 책방이 모티브가 됐습니다. 시인 박인환은 지난 1945년 서울 종로 3가 2번지에서 문학과 예술전문서점인 마리서사를 운영했습니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지만 옛 모습이 강원도 인제 ‘박인환 문학관’에 복원돼 있습니다.
군산에서 책방하기로 결심하고 지금의 마리서사 건물을 봤을 때 박인환 문학관에 복원돼 있던 마리서사의 옛 모습과 너무 비슷했습니다. 그 당시 마리서사는 김수영, 김광균, 김기림 등 시인들의 아지트였으며, 책을 매개로 삶과 문학을 교류하는 문화공간이었습니다.
군산 마리서사는 바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고즈넉한 안식처가 되고 싶은 마음으로 ‘마리서사’라고 이름을 짓고, 그 결에 맞는 책을 엄선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마리서사에서 해왔던 일들은?
마리서사에서는 2017년 문을 연 해부터 허은실 시인과 시 낭독회, 웹툰작가 양치기 작가 강연회 등을 진행했습니다. 이후 <희열 군산 HERE GUNSAN>무크지를 발행했고, <탁류-군산에디션>을 출간했으며, 백가흠․정용준 작가 북토크와 김연수 작가 북토크 등을 마련했습니다. 코로나19가 덮치고 간 올해는 백수린 작가 북토크를 비대면으로 진행했습니다.
이 가운데 <희열 군산 HERE GUNSAN> 무크지 작업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군산에 사는 시민들 중 취재, 사진, 일러스트 작업에 경험이 있거나 관심 있는 이들을 모집해 좌충우돌하며 무크지를 제작했습니다.
그 당시 모든 게 서툴고 낯설었지만, 무크지 제작을 통해 군산을 알게 됐고, 군산에 대한 애정이 생겼으며, 특히 시간이 흘러 그 때 알게 된 군산과 그 때 함께 작업한 친구들이 마리서사와 제가 군산에 정착하는 데 매우 큰 영향을 미쳤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요즘 마리서사에서는?
요즘 마리서사는 우만컴퍼니와 함께 환경 프로젝트 ‘플라스틱 프리 군산’을 시작하려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는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재난을 실감하게 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됐고, 기후재난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방안을 모색하다 보니 플라스틱을 줄이는 실천부터 해보자는 데 생각이 닿았습니다.
‘플라스틱 프리 군산’ 프로젝트는 지역문화진흥원 동네책방 문화사랑방 지원사업으로 이뤄지며, 우만컴퍼니와 함께 플라스틱 프리를 실천할 ‘연두’들(실천단)을 모아 일상생활에서 플라스틱을 줄여나가는 실험을 해보는 것이 취지입니다.
지난 23일까지 실천단을 모집했으며, 실천단의 활동기간은 6월부터 9월까지입니다. 이들은 매주 수요일 플라스틱 프리데이를 실천하고 기록하게 됩니다. 혼자하면 어렵고 불편한 플라스틱 프리를 함께 하며 ‘플라스틱 없는 깨끗한 군산 만들기’에 앞장설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 프로젝트에 뜻을 모은 우만컴퍼니는 군산을 기반으로 페미니즘 문화 행사를 기획․진행하고 지역여성들의 목소리를 담는 팀으로, 우만컴퍼니 운영진이 마리서사 회원으로 있어 인연이 닿았습니다.
우만컴퍼니가 준비하는 행사의 내용과 방식이 무척 건강해보였고, 함께 뭔가를 도모하면 즐겁고 제가 성장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우만컴퍼니와 처음으로 함께한 행사는 올해 1월 백수린 작가 북토크였으며, 이를 통해 신뢰가 쌓였고, 그 신뢰를 바탕으로 ‘플라스틱 프리 군산’ 프로젝트를 같이 하게 됐습니다.
◆마리서사를 주로 찾는 손님들은?
마리서사는 책을 좋아하는 여행자(관광객)들이 잠시 들렸다가기도 하나, 주 이용객은 군산시민과 서천, 익산, 전주 분들입니다. 특히 군산시립도서관과 군산교육문화회관에서 추진하는 희망도서대출서비스를 하고 나서부터는 더 많은 시민들이 마리서사를 찾고 있습니다.
또한 마리서사를 찾는 이들은 저에게 친구가 되기도 하고, 이웃도 되기도 합니다. 중학생 때부터 책방에 오기 시작해 지금은 대학생이 되어 가끔 맥주를 마시는 친구도 있고, 겨울에 난로에 몸을 녹이기 위해 놀러오는 초등학생들도 저에게는 좋은 친구들입니다.
이밖에도 신문에 난 책 광고를 오려 가지고 와서 책을 주문하는 분들도 계시는데, 인터넷 사용이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 분들에게 동네에 책방이 생겨 좋다는 말을 들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앞으로의 계획
저는 행사보다는 책의 큐레이션(큐레이터처럼 인터넷에서 원하는 콘텐츠를 수집해 공유하고 가치를 부여해 다른 사람이 소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에 더 신경을 쓰고 싶어 책을 살피고 읽는 데 집중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독자들에게 새로운 책을 발굴해서 소개하는 것,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동네책방이 독자들과 소통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앞으로 마리서사가 월명동 시간여행마을에 고즈넉하게 자리한 동네서점으로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기억되길 바라며, 마리서사가 이 자리에서 아주 오랫동안 고즈넉했으면 좋겠습니다. <황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