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최초 여성 소방서장’이라는 수식어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초심을 잃지 않고, 사람 중심의 소방서비스를 펼쳐 ‘최고’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도록 사명감을 가지고 ‘군산시민의 안전’이라는 임무를 완벽히 수행하겠습니다.” 전미희(58) 군산소방서장의 말이다.
최근 공직사회에 여성 관리직이 20%를 넘는 등 여성 진출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전북에서 최초로 여성 소방서장이 된 전미희 서장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전 서장은 재난사회학 전문가로 지난해 남성 소방정만의 영역으로 여겨진 지방소방정(4급)으로 승진해 익산소방서장을 거쳐 지난 1일 군산소방서장에 취임했다.
이에 군산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소방 최고 책임자로서의 소신과 철학을 들어봤다.
◇‘침과대단(枕戈待旦)’의 마음으로
침과대단이란 ‘창을 베고 자면서 아침을 기다린다’는 뜻으로 항상 전투태세를 갖추고 있는 군인의 자세를 비유하는 고사성어입니다. 이런 자세로 주요 대상처에 대한 소방시설 현황을 파악하고 대형화재를 사전 예방해 각종 재난사고 발생 시 신속한 대응 체제를 확립해 시민들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습니다.
실제로 취임과 동시에 OCI군산공장 등을 방문해 군산 관내 유해화학물질 사고․화재예방을 위한 관계자와의 간담회를 진행하고, 군산시를 비롯한 유관기관의 공조를 통한 지역발전 방안을 모색하는 등 민·관 협업체계 강화를 마련했습니다.
◇ ‘누구에게나 평등한 안전’을 위해
빈부, 성별 등과 상관없이 재난의 위험에는 평등하지만, 재난피해를 복구하는 것에는 경제적·사회적 능력에 따라 개인별 차이가 존재하며, 이로 인해 안전의 불평등이 나타납니다. 이처럼 재난취약계층은 재난에 대비하는 것이 어려우며, 한번 재난피해가 발생하면 복구에 드는 비용과 긴 시간으로 자생적 복구가 어려운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에 안전에 관한 ‘사회적 평등’과 ‘안전복지’ 개념이 우리 사회에 정립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취임 후 첫 현장 방문으로 재난취약계층을 찾아가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소화기 및 단독경보형 감지기와 생활용품 등 전달하는 등 소방안전관리 실태를 점검했습니다.
앞으로 ‘누구에게나 평등한 안전’을 위해 취약한 부분을 찾아 선제적으로 대응능력을 강화하고, 재난취약계층에 대한 꼼꼼한 소방정책을 펼쳐 화재·재난 등 화재 안전 사각지대를 없애 안전에 소외받는 사람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여성 소방공무원이 일하기 좋은 근무현장
남성 위주의 소방 조직에 여성 소방공무원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여성들이 소방공무원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유리천장을 뚫고 나와 원활한 업무 수행하기 위해서는 일할 수 있는 근무환경이 마련돼야 합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이 말은 한 아이가 온전하게 성장하도록 돌보고 가르치는 일은 한 가정만의 책임이 아니며, 이웃을 비롯한 지역사회 또한 관심과 애정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말입니다. 이에 군산소방서는 양육으로 경력이 단절되는 일이 없도록 근무여건을 개선해 여성도 실력으로 평가받는 근무환경을 제공하도록 하겠습니다.
◇소통과 배려가 있는 ‘활력 있는 조직문화’ 조성
‘통(通)하지 않으면 통(痛)한다’ 즉, 소통하지 않으면 고통이 온다는 뜻으로 조직 또한 소통이 없으면 갈등과 분열이 생겨 신뢰를 잃어버리게 된다는 뜻입니다.
서로 존중과 배려, 소통과 화합으로 신뢰받는 조직문화를 정착해 ‘가장 일하고 싶은 직장‘이 되도록 권위의식과 허례허식을 버리고, 성인지 제고, 음주운전 근절 등 건전한 조직문화 형성을 위해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시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재난예방 대응체계를 구축해 ‘안전하고 따뜻한 군산’을 만들어가겠습니다.
◇생명의 가치를 지켜내는 대원의 노고에 감사
언제나 코로나를 비롯한 감염, 화재, 폭염, 태풍 등 우리사회를 위협하는 각종 재난을 막기 위해 소방의 사회적 역할을 하고 있는 400여 명의 군산소방대원과 600여 명의 의용소방대원들의 헌신적인 노고에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앞으로도 타인의 생명의 가치를 지켜내는 삶을 살고 있는 소방대원들의 안전을 위해 소방대원들은 각종 교육과 훈련에 충실히 임해주시고, 우리 사회의 빛과 소금인 우리대원들에게 시민여러분의 아낌없는 성원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전미희 서장은 군산여고․전주대 사회학 학․석사를 거쳐, 전북대 일반대학원에서 사회학 박사를 받았다. 지난 1985년 소방사에 임용된 후 화재진압과 구조구급 등 여러 부서를 거치면서 현장과 실무경력을 두루 갖추며, 업무 특성상 남성 위주의 조직사회에서 두꺼운 유리천장을 뚫고 나올 정도로 탁월한 업무추진력과 소통하는 리더십을 갖춘 지휘관으로 평가받고 있다.<유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