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붓과 먹을 함께 해 일생을 보낼 것”
<엄마로서, 아내로서의 역할을 다 하면서도 그림에 대한 꿈을 놓지 않은 백숙자 작가. 올해로 9번째 개인전을 개최한 그녀는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처럼 청년들에게 한번 지나간 시간은 다시 오지 않기에 무엇을 도전해야겠다고 생각할 때가 어느 때건 그 시점이 가장 빠른 때라는 걸 강조했다.>
4월 한 달간, 군산근대역사박물관 장미갤러리는 살랑대는 봄바람과 그윽한 묵향(墨香)에 흠뻑 빠진 관람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군산 출신인 백숙자 작가의 9번째 개인전 <초당 백숙자展>이 펼쳐졌기 때문.
<초당 백숙자展>에서는 우리 땅의 아름다운 자연의 실경을 수묵담채로 풀어내고 자연풍경을 섬세하게 화필에 담아낸 문인화, 산수화, 수묵담채화 등 한국화 작품 20여점이 전시됐다. ‘가을이 오는 길목’, ‘집으로 가는 길’, ‘첫눈’, ‘노을’ 등 일상생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아름다운 풍광이 백 작가만의 진솔한 붓놀림으로 화폭에 담겼다.
또한 이번 전시는 먹색을 가지고 백 작가만의 색채를 보여주는 자리로, 백 작가는 “전시를 보러오는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정신적 쉼터 같은 공간이 돼 지쳐있는 몸과 마음을 잠시나마 쉬어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어렸을 때부터 미술을 좋아했던 백 작가는 형제들의 방학숙제까지 도맡아서 그림을 그려주던 꿈 많은 소녀였다. 그녀는 “결혼하고 나서도 그림을 계속 그리고 싶어 취미생활로 ‘문인화’를 배우기 시작한 것이 어느덧 강산을 세 번 넘는 시간이 흘렀다”면서 소녀처럼 말갛게 웃어보였다.
백 작가는 시·서·화(詩․書․畵)를 바탕으로 한 문인화를 익힌 후, 한국화의 매력에 빠져 30년 넘게 붓을 놓지 못했다. 이번 전시회에서도 백 작가는 “오랜 시간동안 좋아서 먹 작업을 해왔다”면서 “이 세상 머물다 가는 것이 모두 다 저마다의 흔적이 있듯이 인생의 절반이 넘는 시간 속에 친구같이 먹과 함께 해온 길이 빛나지는 않아도 아름다운 흔적으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화선지 위에서 속절없이 붓질이 떨리고 갈 길을 잃은 나그네처럼 휘둘리고 낯설기만 하지만, 누군가 그림은 작가를 닮는다고 한 것처럼 좋아하는 자연의 빛과 소리를 늘 붓과 먹을 함께 해 일생을 보낼 것”이라며 한국화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특히 “먹(墨)의 색상은 검지만 짙거나 옅음에 따라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먹의 농담(濃淡)과 번짐 등으로 표현하는 아름다움은 볼수록 빠져드는 매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백 작가는 은은한 묵향을 화폭에 담는 일에 정성을 쏟는다. 백 작가는 다수의 전시회를 개최하며 꾸준히 작가로서 활동 중인데, 되도록 전시회를 펼칠 때마다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작품 작업에 열중한다.
그녀는 “수많은 전시 경험이 있지만 초등학교 선생님이 찾아왔던 전시회가 특별히 기억에 남는다”면서 “선생님은 초등학교 특별활동 시간에 그림을 가르쳐주셨던 분인데, ‘내 제자가 아직도 그림을 그리고 있구나’라는 말 한 마디가 뿌듯했다”고 전했다. 또 “초등학교 친구가 전시회를 찾아왔을 때는 ‘내가 꿈을 이뤘다’는 뭉클한 기분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자신만의 개성으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화폭에 담는 일에 전념하고 있는 백 작가는 관객들에게 작품을 통해 작가의 진심을 보여주길 원한다. 또 군산을 넘어 전주, 서울 등 전국적으로 무대를 넓히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백 작가는 “신앙생활과 가족들의 응원, 스승님의 격려가 그림을 계속 그릴 수 있는 원동력”이라며 “먹과 함께 친구처럼, 화려하지 않아도 나의 흔적을 남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미소 지었다.
이어 “평균 수명이 길어진 ‘100세 시대’에 청년들은 뭐를 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으니 목표를 뚜렷이 정해서 끊임없이 도전해보길 바란다”며 “그렇기에 나도 붓을 손에서 놓지 않고 열심히 그림을 그릴 것이다”고 청춘을 응원했다.
한편 백숙자 작가는 9차례 개인전과 다수의 단체전·초대전을 개최하며 꾸준히 활동 중인 군산 출신 여성작가다. 대한민국미술대전 한국화부문 특선, 전북미술대전 대상 수상 경력이 있으며, 대한민국현대미술대전과 전국온고을미술대전 등 각종 공모전에서 심사위원을 맡은 바 있다.<황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