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대 박물관, 4개소의 문화유산 하나의 코스로 엮은 미룡역사길 조성
‘일제강점기 무기고 추정’ 인공동굴 다수 발견…연구․활용방안 마련해야
무더운 여름, 바다의 도시 군산에서 ‘제3회 섬의 날’ 행사와 ‘제15회 전국해양스포츠제전’을 통해 더위를 시원하게 날려버렸다면, 이번에는 군산문화재야행과 군산대학교에 위치한 미룡역사길 탐방을 통해 선조들의 옛 문화와 정취를 느끼면서 역사의 숨결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군산대 미룡동 캠퍼스에 문화유산 탐방로가?
군산대 미룡동 캠퍼스에는 마한시대부터 현대까지 1,500여 년을 이어온 중요한 문화유산이 자리하고 있음에도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었다.
이에 올해 초, 군산대 박물관은 스토리텔링을 통해 이들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고, 대학 내 명품 스팟을 조성하기 위해 대학 내 자리한 4개소의 문화유산을 하나의 코스로 엮어 ‘미룡역사길’을 조성한 후 지역사회에 개방했다.
미룡역사길에는 ‘미룡동 고분군’과 ‘미룡동 고려 고분’, ‘미룡동 6.25 전쟁 민간인 학살터’, ‘와어혼비’ 등 4개의 중요한 문화유적이 위치해 있다.
▲미룡동 고분군은 마한 지배층의 무덤으로, 현재 2기가 발굴 조사됐다. 1호분은 길이 26.4m, 너비 15.6m의 매우 큰 무덤으로 잘 남아있었다. 미룡동 고분군 주변으로는 마한 중심의 조개더미 유적과 집자리 흔적 등 생활유적이 자리하고 있어 이 시기 군산지역 마한 문화를 알 수 있는 중요한 유적이다.
▲미룡동 고려고분은 군산에서 처음 조사된 고려시대 무덤이다. 지난 1996년 인문대학과 공과대학을 잇는 작은 도로를 확․포장하는 공사 중 청동제 뒤꽂이를 발견, 신고하면서 긴급 발굴조사로 이어진 유적이다. 지금은 도로공사로 인해 사라졌지만, 2기의 고려시대 앞트임식 돌덧널무덤이 자리하고 있었다.
▲미룡동 6.25 전쟁 민간인 학살터는 1950년 9월 27일 북한 공산도당이 미룡동(당시 미면) 일대의 주민 120여명을 처참하게 집단 학살한 굴이 있었던 곳이다. 추모비는 1985년 당시 희생된 영령들을 추모하고자 세워졌다.
▲와어혼비는 과거 학생들의 실습에 희생된 생물들의 혼을 위로하고자 세워졌다. 군산대의 와어혼비와 와어제는 우리나라 최초의 미물을 위한 위령비이자 위령제이다. 이는 생명의 존엄성을 소중히 여긴 선학들의 따뜻한 마음과 정신이 깃든 소중히 간직하고 이어가야 할 중요한 교육 유산이다.
◇인공동굴도 무더기로 발견…역사적 가치 재조명해야
일제 침탈의 흔적이 군산 곳곳에 남아있는 가운데, 군산대 캠퍼스에서 일제강점기 일본군이 무기고로 사용했을 것으로 보이는 인공동굴이 여러 개 발견되면서 지역사회의 큰 관심을 받았다.
군산대 등에 따르면 공과대학 근처에서 일제강점기 말기 일본군 무기고로 추정되는 동굴 6기가 확인됐다. 지난 1967년과 1978년에 찍은 항공사진을 통해 입구와 위치를 확인한 곳까지 합치면 이 일대 동굴 수는 모두 7개로 추정된다.
동굴은 군산대 공과대학을 ‘∩’형으로 감싸고 있는 능선의 경사면에 배치돼 있다. 이 중 4기의 동굴은 군산대 미룡역사길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찾아낸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현재 내부 확인이 가능한 1기의 동굴은 수십 년 간 막혀있던 동굴 입구의 침하가 진행되면서 모습을 드러냈는데, 현재 남아있는 길이 약 30m, 높이 3.2m, 너비 3.4m로 거의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고 내부 곳곳에는 구멍이 뚫려 있어 시설물을 설치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6.25 전쟁 민간인 학살터 근처에 위치한 동굴 1기는 6.25전쟁 좌익세력에 의한 당시 주민 120여 명이 집단 학살당한 비극적인 현장이 포함돼 있지만, 오랜 기간 방치되고 훼손돼 지금은 형태만 겨우 남아있다.
군산대 박물관은 이 동굴들이 일제강점기 말기 일본군이 무기고와 방공호로 사용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현재 군산시와 일제가 만들고 한국전쟁 때 민간인 학살이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인공동굴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공동연구를 논의 중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5일 군산대 박물관과 군산시 문화체육관광국 간 간담회가 박물관 회의실에서 진행됐다. 간담회를 통해 군산대와 군산시는 인공동굴에 대한 학술자료 수집과 학술발표, 동굴 내부 현황 조사 및 안정성 확보, 문화재 자원화를 위한 향후 노력, 6.25 민간인 학살터(6호 동굴)와 위령비 관리 문제, 문화재 발견 신고 및 지정 문제 등에 대한 깊이 있게 논의했다.
김봉곤 군산시 문화관광국장은 “군산시 전체의 인공동굴에 대한 전수조사를 비롯해서 일제강점기부터 6.25전쟁과 관련된 역사자료에 대한 전반적인 학술연구가 진행돼야 하며, 특히 군산대 내에 남아있는 7기의 동굴은 발굴, 보존을 통해 문화재로뿐 아니라 교육, 관광 등에서도 활용가치가 매우 클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박시균 군산대 박물관장은 “역사적으로 볼 때 중요한 현장인 만큼 문헌자료 수집과 주민들의 증언 등 객관적인 자료 확보가 중요하다”면서 “유관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보존과 활용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황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