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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가르침대로 자비하며 살자”

불교계의 작은 거인, 흥천사 지환 회주 스님

군산신문(1004gunsan@naver.com)2023-05-26 14:49:56 2023.05.26 14:49:56 링크 인쇄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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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계의 작은 거인, 흥천사 지환 회주 스님

12살에 전주 정혜사로 출가…76년간 정진


▲흥천사를 60년간 이끌어 온 지환 회주스님(가운데)이 법운 주지스님(우)/막내 선예스님(좌)과 부처님오신 날을 기다리며 활짝 미소 짓고 있다.


 “아무리 발버둥 치고 살아도 갈 때는 딱 놓고 가잖아요. 남편(아내)도 자식도 재물도 그 어느 것 하나 가지고 못가죠. 단지 업만 지고 갈 뿐. 그러니 부처님의 자비를 본받아 우리가 서로 다름을 인정하며 그냥 사는 겁니다.” 부처님오신 날을 나흘 앞둔 지난 23일 흥천사 3층 법당에서 만난 법운 주지스님(68)의 말이다.


 그는 “내가 없으면 부처님도 없고 세상도 없다. 그러니 나를 찾아라. 몸이 있어야 마음이 있으니 몸을 잘 보살피고 마음을 잘 다스리며 열심히 살라”고 덧붙이며 흥천사 최고 어르신인 지환 회주스님(88)이 계신 2층으로 안내했다.


 88세 연세가 믿어지지 않을 만큼 씩씩한 걸음의 지환 회주스님 모습이 꼭 키 작은 부처님 형상이다. 저 작은 체구로 비구니들을 이끌고 76년간 정진하며 이웃사랑과 지역사랑을 실천해 온 아우라가 느껴졌다. 흥천사를 거친 비구니만 어림잡아 50여명에 재금 낸 보문사까지, 군산 불교 포교의 중심이 됐다.


 흥천사는 원래 일제강점기에 세워진 비구니 절로, 당시 안국사였지만 1945년 해방과 함께 군산시에서 인수해 국군 장병 및 전몰군경의 영령을 봉안하고 충의사(忠義祠)라고 했다.


 1964년 지환 회주스님이 군산시의 권유로 인수해 흥천사(興天寺)로 개칭하고 폐허 상태에 있는 사찰을 전면 개수(改修)했다. 이후 1992년 4월에 3층으로 중창불사를 기공, 기존 일본의 일련 종식의 사찰을 한국 전통양식의 사찰로 완공하고, 낙성식을 봉행했다.


 그러나 전국에서 교회가 가장 많다는 군산에서 포교활동을 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절을 나서 이성당을 거쳐 옛 군산역까지 포교를 나가면 ‘사탄이 지나간다’, ‘저 중을 때려 죽여야 한다’며 달려드는 시민들도 많았다. 심지어 대여섯 살 먹은 어린 꼬마 녀석들까지 돌멩이를 던지며 ‘마귀가 나타났다’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달아나곤 했다. 이에 유아포교가 시급함을 느낀 스님은 선방 재건에 앞서 1987년 반야불교유치원을 개원, 36년째를 맞아 사랑받고 있다. 또한 2014년 라오스에 던롬지환초등학교를 설립해 자비를 전하고 있다.


 지환 회주스님은 1935년 임피에서 태어나 1936년부터 김제에서 할머니와 삼촌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라다 삼촌의 갑작스런 죽음에 충격을 받고 ‘받은 사랑을 평생 갚으며 살겠노라’ 다짐했다. 결사반대하던 할머니를 설득해 9살에 입문, 12살에 전주 정혜사로 출가했다. 정혜사 강원 졸업 후 현 흥천사 전신인 충의사에서 포교를 시작했다. 참으로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탁발해 놓은 공양물이 사라지고, 심지어 댓돌의 신발마저 없어지는 경우가 허다했다. 신도들과 쌀 1되로 사흘씩 죽을 쑤어 먹으며 대중 포교에 나섰다. “당신의 속곳은 꿰매고 또 꿰매 입어 너덜너덜해지도록 입어도 작은 스님들의 옷은 좋은 감을 골라다 정성스레 지어 입혔다”고 법운 주지스님이 설명했다.


 지환 회주스님의 화두는 오직 ‘부처님 가르침대로 살자는 것’. 그 가르침을 따르는 비구니 중엔 무슨 인연에선지 어려서부터 흥천사에서 절집 생활을 해온 막내 선예스님(28)이 있다. 그가 20살이 되기 직전, 지환 회주스님은 “대학을 가고 싶으면 대학에,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절을 나가도 되고, 스님이 되고자 하면 그렇게 해라. 네가 어느 길을 선택하든 최선을 다해 밀어 줄 테니 걱정 말라”고 하셨다. 이 아낌없는 무한한 사랑에 감동 받은 선예스님은 불자가 되기로 결심 9년째 가르침을 받들고, 3년 전 정식 출가했다.


 


 해마다 부처님오신 날을 맞아 초파일 전날 흥천사가 단독으로 시내에서 펼치던 전야제는 사암연합회 주관의 제등행렬로 발전했다. 월명공원 노인들에게 하던 무료급식은 군산역 앞으로 장소를 옮겨 10년 넘게 이어오고 있다. 이렇듯 흥천사에는 유아에서 청·장년은 물론 노년에 이르기까지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곳 군산에서 부처님 가르침을 쫓아 정진하며 포교하는 군산의 심장부 월명공원 입구에 자리한 흥천사 회주 지환(智環) 스님. 그래서 군산 불자들은 지환 스님을 일러 ‘작은 거인’이라 칭한다. 체구는 작아도 하는 일은 거인이기 때문이다.


 끝으로 지환 회주스님은 “그동안 시민 여러분께서 도와주셔서 흥천사가 있다. 살아내시느라 애쓰셨다. 잘 살아오셨으니 사시던 대로 쭉 이어가시면 고해 같은 인생길에서 평안을 찾을 거다”고 위안했다. <신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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