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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잊혀진 전쟁

최규홍 전 군장대학교 명예교수

군산신문2026-06-22 12:10:30 링크 인쇄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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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홍 전 군장대학교 명예교수

 

매년 6월이 오면 가슴 한구석이 시려 온다. 올해는 유독 강권식 막내 외삼촌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그는 1929년생으로 1949620일 군산상고(현 군산상일고)를 졸업한 후 한전에 근무하다가 6·25전쟁이 일어나던 해 조국을 구하고자 일반병으로 지원 입대한 참전 용사다.

  

당시 학도병들이 1950713일 군산초등학교 교정에 모여 14일 군산역을 출발해 포항으로 떠났듯이 일반 지원병이었던 외삼촌도 포항 전선을 향해 떠났다.

  

그러나 떠난 지 두 달도 못 돼 전사했다는 청천벽력 같은 통지를 받았다.

  

당시 군산에서 출발한 학도의용군들도 714일 출발해 8월경에 한 달간을 육탄으로 낙동강 전선의 포항, 안강, 기계 등지에서 공산군과 처절하게 싸우다 산화했다.

  

그때 포항 전선은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자욱한 포연 속에서 아군과 적군의 구분이 모호했던 그 자리에 미군 전투기의 오인 사격이 있었다.

  

그때 외삼촌은 적의 총탄이 아닌 아군기의 오폭으로 인해 형체도 없이 폭사하셨다. 강력한 화염은 청년의 육신은 물론 그가 군인이었음을 증명할 유일한 징표인 인식표(군번줄)마저 흔적도 없이 집어삼켰다.

  

이 비극으로 남겨진 부모 형제의 삶은 송두리째 무너져내렸다. 막내아들을 허망하게 잃은 외할머니는 화병을 앓다가 이듬해 눈을 감으셨고 외삼촌의 큰누나였던 나의 어머니는 평생 막내동생의 비극을 애닳아하며 세월을 보내셨다.

  

최근 뉴스에서 이란전 오폭 참상을 보면서 나는 심장이 멎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70여 년 전 포항의 포화 속에서 육신이 찢겨 나갔을 외삼촌의 참혹한 모습이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

  

국가가 뼈아픈 오폭의 역사를 쉬쉬하고 두둔하는 사이 외삼촌의 영혼은 유골도, 유품도 없이 구천을 떠돌았다.

  

그나마 국립현충원 위패실(봉안관 396035)에 모셔져 있으나 외삼촌의 위패는 여전히 군번도 없이 이름 석 자만 쓸쓸히 새겨져 있었다.

  

나는 고인의 소속 부대명, 계급, 군번, 사망구분, 전사일자, 전사 장소 등 병적 자료를 추적해 국가에 강력히 요청했다.

  

우여곡절 끝에 외삼촌의 기막힌 사연을 담아 국민신문고에 신청했던 민원이 육군본부에서 전격 처리됐다.

  

민원 접수 일주일 만인 617일 마침내 외삼촌의 공식 전사확인서(26-212)’를 육군참모총장으로부터 수령해 냈다.

  

위 고인은 195084일 입대해 1훈련단 소속으로 전투 중 195094일 불명 지구에서 전사했음을 통지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26610일 육군참모총장

  

유족 대표로서 국가로부터 무려 76년 만에 외삼촌의 전사확인서를 받아냈다. 나는 이 잊혀진 전쟁의 기록을 새로이 새기며 국가가 외면했던 한 영웅의 명예를 마침내 되찾아 준 것이다.

  

6·25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직 서서히 잊혀지고 있을 따름이다.

  

전몰용사들의 병적 자료가 영웅 선양을 위해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노출된 정보임에도 이런저런 행정적 통제를 가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국가는 직계가족이 없는 소년병과 나이 어린 병사들의 원혼을 앞장서서 달래고 선양해야 마땅하다.

  

직계가족이 없는 외삼촌을 위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국립현충원 사이버 봉안관에 입장해 가상 공간에서 향을 피우고 트럼펫 소리에 맞춰 참배를 올리는 일뿐이다.

  

올해가 가기 전에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으로부터 유해라도 찾았다는 기쁜 소식이 당도하기를 고대하지만 욕심일 것 같다.

  

조국을 위해 헌신한 영웅들의 명예를 향토사에 각인하는데 붓끝을 게을리 하지 않겠다.

   

<본 수필은 본사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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