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쇼핑몰은 지역 경제를 살리고 주민들에게 편의시설을 제공하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필연적으로 기존 상권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 지난달 군산에 문을 연 롯데몰 군산점은 개점 사흘 만에 사업 일시정지 명령을 받았다. 지역 상인들의 반대 때문이다. 롯데는 2016년 상권영향평가서와 지역협력서를 제축했고 ‘군산 롯데몰 입점저지 비상대책위원회’와 상생안에 합의했다. 롯데는 상생 기금으로 전북신용보증재단에 20억원을 냈고, 재단은 이를 토대로 100억원의 기금을 조성했다. 군산시 소상공인들이 2%대 저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이 펀드에서는 이미 73억원의 대출이 집행됐다. 그런데 비대위에서 빠진 상인들은 지난해 말 3개 단체를 구성했고, 상생법을 지키라며 또 사업조정신청을 냈다. 군산의류협동조합 등 3개 소상공인 단체는 롯데에 추가로 260억원의 상생기금을 내거나 개점 3년 연기를 요구했다. 몇 차례 협의 끝에 3개 단체와 롯데의 간극은 많이 좁혀졌으나 아직 합의에 도달하지는 못한 것 같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사업을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법)’에 의해 또 한번 규제를 받게 된 롯데로서는 할 말이 많을 수 밖에 없다. 고용재난 지역인 군산지역 주민 600명을 채용하고 점포와 중복된 브랜드는 지역상인들을 쇼핑몰에 입점 시키는 등의 상생 노력도 묻히고 말았다. 군산시 조촌동 상가번영회 전락배 회장은 “롯데몰 군산점 쇼핑객 중 절반 이상은 전주, 익산, 김제 등에서 오는 원정 쇼핑객”이라며 “지역 상권이 좋아지고, 집값이 올라 대부분 군산 시민들이 환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상생’은 같이 살자는 것이다. 대기업을 압박하고 쇼핑몰 신규 입점을 막는 것만으로는 지속적인 상생을 이루기 어렵다. 골목상권을 위한 해법은 일방적인유통 규제 대신 다양한 시각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마트도 쇼핑몰도 짓지 못하면서 일자리는 어디서 늘리자는 것인가. 유통규제로 사라질지 모를 3만여개 일자리는 올해 상반기 정부가 재정투입을 통해 늘리겠다는 공공부문 일자리와 맞먹는 숫자다. 손발을 묶어 두기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미 현행법은 영업 개시 전에 상권영향평가서, 사업협력계획서를 제출하는 등 상생방안을 강구하고, 지역상권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사업계획을 조정하도록 하고 있다. 유통업체와 거래하는 중소기업 농가 역시 매출이 줄어드는 건 말할 것도 없고 영업시간제한 확대와 신규출점 규제로 인한 유통업체 일자리 감소폭이 한해 최소 9836개에서 최대 3만 5706개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일자리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이를 위해 위원회를 설치하고, 일자리 수석이라는 직책을 새로 만들었으며 청와대 내에 일자리 상황판을 걸고 정부 부처를 독려하고 있다. 그런데 일자리는 조직을 키우거나 실적판을 점검하여 만들 수 있는게 아니라 그 나라 경제 현상을 반영하는 거울처럼 경제활동의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다. 군산은 뭔가 새로운 것을 해보자는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한다. 궁극적으로 양질의 일자리는 안정적으로 창출할 수 있는 구조와 질서를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가야 될 것 같다. 신임 시장은 정치논리와 이념보다는 주민들의 민생에 초점을 맞춰 지방자치 역량을 먼저 갖춰야 한다. 또한 토호세력에 휘둘리지 않고 무리한 공약으로 예산도 낭비하지 않는 모범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군산을 위대하게 만드는 것은 모험심이 강하고, 자신의 의무가 무엇인지 알고, 의무를 다하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는 시민들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