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은 집권 4년차 신년 특별연설에서 이렇게 토로했다. “민생이라는 말은 송곳이다. 지난 4년동안 가슴을 아프게 찌르고 있다. ” 자신만만했던 노 전 대통령조차도 실패를 뼈저리게 자인했을만큼 민생정책은 어렵다. 집권초기 코드가 맞는 전문가들을 동원해 로드맵을 253개나 만들었지만 민생을 개선하는데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명분이 거창할수록, 포장이 아름다울수록 민생에는 거꾸로 독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문재인 정부의 경우 역설적인 사실은 호의(好意)에서 나온 정책들이 민생고를 가중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최저임금이 급등하면서 채산성을 맞출 수 없게 된 식당이나 소매점들이 폐업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집값을 잡기 위해 도입한 대출규제 정책은 신용도가 낮은 영세자영업자들을 사채시장으로 내몰고 있다.집을 담보로 맡기고 사업자금을 빌리는 것이 많은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주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기업 때리기로 변질된 경제민주화 정책들은 기업 하려는 의욕을 꺾어 청년들의 일자리를 줄이고 있다. 혁신성장은 대통령이 직접 챙겨야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 혁신성장의 핵심은 규제완화다. 규제를 풀려면 법을 바꾸고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이해당사자도 설득해야 한다. 대통령이 정치력을 발휘해야 가능한 일이다. ‘눈치가 100단’인 공무원들을 움직이게 하려면 대통령이 분명한 메시지를 줘야 한다. 공무원들의 머릿속에 뿌리내린 ‘지금의 정권에서는 친노동-반기업 기조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생각을 바꾸게 할 수 있는 사람은 대통령 뿐이다.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장은 얼마 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혁신성장이 안 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가 관료의 ‘예측복종’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공무원들은 눈치를 보고 말을 직접 하지 않아도 느낌을 파악해 사전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대통령이 직접 혁신성장을 챙겨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정부 부처들이 청와대만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들은 본능적으로 권력이 어디에 있는 지 안다. 경제부총리가 ‘주재하는 회의에는 차관을 대참시키려는 이유’가 있다. 부처가 발표하는 보도자료의 토씨까지 간섭하는 청와대가 자초한 일이기도 하다. 대통령이 혁신성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신호를 줘야 다른 부처들도 움직인다. 혁신을 부정하는 것은 ‘수구’다. 진보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혁신을 거부한다면 그들 역시 수구다. 수구좌파의 반발 때문에 정부의 규제혁신 정책이 위축되어서는 안 된다.기업과 기업인들은 ‘이번 정부는 이념으로 똘똘 뭉쳐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하고 있다. 대통령, 장관, 판결문의 몇 마디로는 허물어지지 않는 의심이다. 이런 의심이 사라지지 않는 한 기업투자는 바닥을 설설 길 것이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도 어려울 것이다.지금이라도 정부는 시간을 허무하게 낭비했다는 비판에 겸손해져야 한다. 정부가 해야 할 당연한 일만 당연한 방식으로 해 주면 된다. 우선 생각을 바꾸고 필요하다면 사람도 바꿔야 할 것이다. “내년이면 성과를 낼 것”이라는 한가로운 말로 때울 문제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