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2일 매일경제가 주최한 세계지식 포럼에 참석한 존 김 뉴욕생명보험 사장은 2030년이면 승용차 수가 지금보다 80%는 줄어 있을 거라고 했다. 그렇다면 자동차 수는 어차피 지금보다는 급증할 것 같지는 않다. 자율주행차가 일반화되면 사람들은 차를 보유할 필요가 없어진다. 도로를 자율주행하고 있는 차를 불러 타고 다니기만 하면 된다. 자동차 공유의 시대는 우리를 향해 오고 있는 것 같다. 최근 카카오모빌리티가 카풀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한다는 이유로 택시기사들이 전면파업에 들어간 씁쓸한 장면을 보면서 ‘한국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우기 힘들었다.이미 미국 등 세계 곳곳에서는 스마트폰을 이용한 승차 공유 서비스가 일반화되고 있는게 현실이다. ‘승용차 공유’와 관련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사업화하고 성장에 기여하고 싶어도 택시기사들의 기득권 앞에서는 무력해 보인다. 물론 택시 기사들이 어마어마한 기득권을 요구하는 건 아니다. 그들이 원하는 건 ‘생계’이며 ‘생업’이다. 특권을 요구하는 게 절대 아니라는 건 모두가 안다. 승차 공유서비스로 인해 생계를 잃을 수 있다는 위협에 처한 그들의 심정도 절박한 것이다. 하지만 혁신은 우리가 못하면 다른 누군가가 하게 마련이다. 한국이 승차공유 서비스에서 뒤처지면 다른 나라들은 멀찍이 앞서갈 것이다. 지금 이대로라면 다른 나라들이 관련 산업과 서비스를 발전시켜 우리보다 100보, 200보 앞서가는 상황을 지켜봐야만 한다. 그렇다면 자동차 공유 서비스를 허용하되, 택시 기사들의 신규 공급을 축소하는 등의 생계 대책을 마련하는 게 더 현명할 것이다. 정보기술(IT) 기업으로 성장한 다음커뮤니케이션(현 카카오)의 창업자 이재웅 ‘쏘카’ 대표가 혁신성장 민간본부장을 맡았는데도 이 정도인걸 보면 정책담당자의 역량 탓으로 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문제는 오히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있다. 청와대는 혁신성장의 발판인 창업생태계 조성을 위해 각종 규제를 푸는 일에 공을 들여 왔다. 하지만 번번이 청와대의 발목을 잡은 것은 야당이 아니라 여당이다. 올 8월 임시국회에서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규제 완화는 재벌에 은행을 넘겨주는 일이 될 것이라며 여당의원들이 법안 통과를 막아선 것이 대표적인 장면이다. 여당 내에서조차 “삼성이 돈 빌려 쓸 곳이 없어서 직접 인터넷은행을 하겠나. 걱정도 심하면 병이다”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다. 차등의결권 도입도 여당 내부 반대를 넘어서는 것이 가장 큰 변수로 꼽힌다. 정부와 여당지도부는 벤처기업법을 고쳐 비상장 벤처기업에서 모든 주주가 동의할 경우 1주가 2~10개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식을 발생하는 것을 허용하는 안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여당 일각에서는 ‘차등의결권이 대기업의 지배력 강화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거나 상법에 명시된 1주 1의결권 원칙을 깰 정도로 벤처기업 문제가 중요하나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 외에도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현장 방문을 하며 챙긴 데이터경제 활성화 역시 여당 내부에서는 개인정보 보호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당청이 다른 목소리를 내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 우리에겐 시간이 많지 않다. 당장 개혁을 시작해도 위기를 피할 수 있을 지 걱정이다.※ 외부 칼럼은 본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