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회 사회의 천태만상
5.18 광주사태는 계엄령 아래서는 사실관계를 제대로 보도를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어렵사리 광주현장에 다녀왔지만 제대로 된 보도를 하지 못하고 묻어두고 말았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나는 동안 경찰과 법조분야에서 취급한 다양한 사건들을 사회적 경종을 울리자는 취지에서 사건에 얽힌 내용들을 ‘법창 25시’이라는 제목으로 1주일에 한 번씩 연재를 시작했다.
그러나 사회 밑바탕의 현실에 대한 사건의 사연들은 독자들의 많은 격려에 힘입어 여인과 관련한 사건만이 아니라 ‘법창 25시’라는 제목으로 확대하여 연재토록 편집회의에서 결정을 했다. 시대상을 그리자는 것이다.
심혈을 기울여 경찰, 검찰, 법원 등을 찾아다니며 실상을 파헤치는데 최선을 다했다. 사건에 얽힌 사연은 천태만상이다.
사건의 제목을 알아본다.
가짜교사의 위장생활, 농촌총각의 깨어진 꿈, 법의 혈맥을 흐르는 산 표징, 아버지와 아들, 진실 앞에 검사도 탄복, 돈과 권력의 마력, 꼬리가 긴 늑대인간, 춤과 불륜의 복수, 마음에 구멍 난 세 여인과 한 남자, 하나님이 두려운 교역자, 천륜을 저버린 비정의 아버지, 삭발당한 여인, 고행의 여로, 위로할 길이 없는 어린이의 혼, 제비족과 유부녀의 쌍쌍 파티, 주부 도박사의 끝, 현대판 칠거지약, 남편죽고 도둑년 되고, 춤추는 마담 뚜 연하의 유부남과 연상의 유부녀, 악질적 계파동, 돈 놀음의 종착역, 남편인장 도용죄, 아내를 매춘부로 만든 남편, 내 이름은 위안부, 남편은 감옥에서 자고 아내는 정부와 안방에서 놀고, 학사출신 여인과 15세 소년, 명문여고 출신 호스티스, 첫날밤의 살인 신부, 미모의 처녀가장, 어머니를 살해한 여대생, 방탕한 어머니의 비극적 종말, 남근을 자른 처녀, 죄는 죄 법은 법, 생리 때면 도둑질을 하고 싶다, 소년원에서 대학으로 날아가다. 목숨 잃고 돈 뺏긴 여대생, 한국판 죄와 벌, 저 높은 곳을 향하여, 다시는 도둑이 안 될래요, 하늘이 땅을 칠 패륜아, 욕망은 도둑을 낳고, 혼인을 빙자하여 간음을 하고 보니, 살인범에게도 양심은 있었다. 치욕적인 과거여, 사라져다오, 학교에 가기 싫어 소년원에 가다, 몸 바치고 돈 바치고 쇠고랑 차고 등 연재가운데서 사건 제목을 간추린 것이다.
1980년부터 1986년까지 6년에 이르는 연재를 해와 전북일보 사상 최장 시리즈로 기록되고 있다. 1986년 이 사건들을 모아 책을 펴내기로 했다.
문제는 제목이다.
이때는 사회부장의 작품이라는 데서 주목할 수밖에 없다. 전북일보 재직 기자 중 최초의 책이 되기 때문이다.
당시 김남곤 편집부국장과 김년균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이 사무총장(김제 출신)으로 있을 때 토요일 전주로 내려오도록 하여 전주 근교 금천저수지 어느 식당에서 셋이서 만나 오찬을 하면서 2시간여 만에 김철규 기자수첩 부정 속의 긍정인 ‘아니다, 모두가 그렇지 만은 않다’로 최종 결정했다.
김남곤 선배는 문화부장 출신에 시인으로 각별히 지내는 처지였고 김년균 사무총장은 출판사 운영을 겸하고 있는데다 평소 선후배로 잘 알고 있어 만나기로 한 것이다.
김 총장은 원고 뭉치를 갖고 서울로 가면서 한 달을 기다리라고 한다.
1986년 12월10일 도서출판 ‘친우’에서 발행을 했다. 책을 받아본 마음은 너무도 흐뭇한 감정이다.
‘저자 김철규’라는 이름의 책이 세상에 상재가 되었다는 것은 신문기자의 보람이기도 한 일이다.
1986년 당시 전주지검 이영기 검사장이 이 책을 보고 도내 수사경찰과 검찰 수사요원들에게는 필독서라며 한 권씩 구입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