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암 김철규 시인(전 전라북도 도의장)
제38회 정치에 입문하다. 김대중 총재 정치집회 사회자로 선택
1990년 8월 신민당 군산, 옥구지구당 공동 주최로 당시 김대중 총재(2013년 제15대 대통령) 초청 강연회가 구 역전광장에서 개최하도록 되어있다.
옥구지역에서 도의원 출마를 마음에 두고 현직 언론인으로 활동을 하고 있지만 주말이면 군산을 다녀온다.
그러던 중 김대중 총재의 군산 강연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옥구지구당을 방문했다. 당시 현역 국회이며 옥구지구당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봉욱 의원을 만났다.
반갑게 만난 김봉욱 의원은 “기다렸다”하며 행사장에 참석할 당원들과 함께 구 역전 광장 부근의 어느 식당에서 점심을 함께하고 행사장에 가자는 것이다.
식당으로 모두 가게 된다. 김 의원은 “한 식탁에서 식사를 하자”고 하여 함께 앉았다.
음식이 나오기 직전에 김 의원은 “우리 옥구지구당에서는 합동 집회가 있을 때면 언제나 군산지구당에서 사회를 도맡아 하고 있어 얼마나 속이 상하는지 모르겠다”는 푸념이다.
그러면서 “김철규 위원(당시 전북일보 논설위원)이 사회를 봐주면 좋겠다”며 사회를 봐달라는 주문이다.
당시 현직 언론인은 정치를 겸할 수 없도록 되어 있어 망설일 수밖에는 없었다.
그러나 순간 어차피 정치를 할 것인데 이왕이면 김봉욱 의원의 요청을 들어주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아래 즉석에서 “그렇게 하겠습니다” 하고 대답을 했다.
김 의원은 “그래 고마워, 잘해주어요” 하며 반기는 모습이다. 김 의원은 채영석 군산지구당 위원장(국회의원)에게 “이번에는 우리 옥구지구당에서 사회를 맡겠다”며 양해를 구한다.
행사시간 한 시간 전부터 나는 마이크를 잡았다. 회사로부터 신상에 불리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도 해봤으나 그것이 문제가 아니라며 결심한 것이니 최선을 다해 성공적인 사회를 보자는 의지를 다졌다.
특히 김대중 총재를 모시는 사회라는 점에서 대학교 재학 중 웅변대회 경험, 6.3 한일협상반대 시위주도 경험, 군산 민주당 당사 난입사건의 규탄 경험 등을 거울삼아 잘해보자는 결심을 했다.
당당한 모습으로 연단에 올라 사회자 마이크를 잡았다. 이날 따라 땡볕으로 운집한 시민들은 부채 가림막이나 주변 상가 그늘을 찾아 드는 등 사회자로서 미안한 생각이 들어 정중한 고개를 숙이며 미안하고 죄송하다는 인사말을 몇 번이고 했다.
“이 나라 민주주의 혼이신 김대중 총재님께서 우리 군산에 오십니다. 민주주의 쟁취를 위해 죽음을 마다하지 않으신 김대중 선생님이 우리 희망의 도시 군산에 오십니다” 하며 구호를 외쳐댔다.
햇볕에 상관없이 광장에는 군중이 운집하기 시작하며 광장을 거의 메웠다. “공화당의 뿌리를 없애고 새로운 민주주의 국가건설을 해야 하는 현시점에서는 우리 국민 모두가 똘똘 뭉쳐 새로운 국가건설에 매진하여 우리 신민당 정권을 만들어야 한다”고 목청을 돋우었다.
군사독재의 잔당들에 의한 정권은 다시는 물려주어서는 안 되며 오직 민주주의 정권 쟁취만이 우리가 살길임을 깨달아야 한다는 구호는 그치지 않았다.
익산에서 예정시간보다 30여 분 늦어져 사회시간이 그만큼 늘어나는 바람에 하고 싶은 말들을 많이 하는 편이었다. 드디어 김대중 총재께서 광장에 도착, 군중들의 김대중 연호와 함께 애워싸는 바람에 연단에 가까스로 올라오게 된다.
김대중 총재는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환호하는 군중을 향해 “반갑습니다, 뜨거운 날씨에 이렇게 환호해주셔서 감사합니다”하며 인사를 한다. 이날 김대중 총재는 특유의 어법과 제스처로 관중의 시선을 사로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