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암 김철규 시인
전 전북도의회 의장
풀뿌리 민주주의 기저를 이루는 지방자치제가 드디어 1991년 6월에 실시된다. 당시 옥구군 지역은 김봉욱 국회의원이 지역위원장이며 1, 2, 3 선거구로 나뉘어 도의원을 선출하게 된다.
제1선거구는 옥구읍·옥서면·회현면·옥도면, 제2선거구는 개정면·대야면·성산면·옥산면이며, 제3선거구는 나포면·서수면·임피면이다. 제1선거구 김철규, 제2선거구 손석영, 제3선거구 백현태는 신민당 후보가 공천을 받아 30년 만에 부활된 도의원 선거를 김대중 신민당 총재 지휘로 전국 광역단체 의원선거가 실시되는 것이다.
상대당은 전원 민자당 후보로 전멸하고 신민당 후보 전원이 당선의 영광을 안았다. 제1선거구에서는 민자당은 채규종 후보로 1대1 선거운동이 시작된다. 나는 일찍이 신민당 후보로 내정이 되어있으나 민자당은 후보를 못 내고 있다가 후보등록 마감에 채규종 후보를 등록한다. 문제는 민자당에서 신문기자 출신이라는 데서 인사청탁, 금품수수, 출입처에 압력을 행사하는 등 부정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으로 행정, 중앙정보부, 경찰, 보안대 등 각급 정보 채널을 통해 조사 활동을 벌였다. 심지어 금융기관까지 투망질을 했지만, 단 1건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하는 내용을 전해 들었다.
그러함에도 개의치 않고 선거운동을 열심히 했다. 그러는 과정에서 김봉욱 국회의원은 옥구읍에 있는 내 사무실에는 한 번도 찾아오지 않고 2. 3선거구에만 다니고 있다.
오히려 김철규는 당선에 아무런 걱정할 것이 없으니 손석영, 백현태 지원 유세와 조직을 통해 당선을 시키라는 주문을 한다. 어처구니없는 일이지만 신민당 후보 전원 당선이라는 차원에서 두 지역의 조직 동원령(?)을 내리고 지원 유세를 해주는 여유를 보였다.
자연부락까지 조직망을 갖고 있는 나로서는 최선을 다했지만 특히 손석영 당선자는 언제 보았느냐는 식이어서 불쾌한 감정까지 들었다. 그래도 백현태 의원은 동년배로서 항상 고마움을 갖고 의회운영에도 적극적인 협조를 아끼지 않았다.
손석영 의원과는 대조적이다. 그래도 나는 나인만큼 내 정치보다는 풀뿌리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함은 물론, 지역사회발전에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 주민의 올바른 일꾼이 되자는 각오에서다. 후회하지 않는다.
1991년 도의원 선거 당시인 노태우 대통령은 쌀 수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국의 농민은 물론, 야당은 쌀 수입반대를 주장하고 있는 시기였다. 선거 과정에 회현면에서 합동 유세가 있다. 채규종 후보의 연설이 끝나고 내 차례가 왔다.
나는 쌀 한 포대를 들고 연단에 올랐다. “지금 정부는 농민을 죽이는 정책을 쓰고 있습니다.
이대로 두고는 볼 수가 없습니다. 제가 들고나온 이 쌀을 노태우 정권은 외국산 쌀을 수입하겠다는 것이 말이나 되겠습니까. 농민 다 죽이는 현 정권을 타도합시다”를 외치며 쌀 포대를 연단 아래 운동장에 내던졌다.
이를 지켜본 청중들은 박수갈채를 보내며 ‘쌀 수입반대’를 연호한다. “농민이 근본적으로 살 수 있는 것은 쌀값을 올려야 함에도 쌀 수입이라니, 농민을 우롱하는 짓이냐? 쌀 수입검토를 즉각 철회하라”라고 외쳐댔다.
드디어 역사적인 선거 날이 돌아왔다. 저녁 9시경에 투표결과가 나온다. 결과는 김철규 당선이다.
▲채규종 옥구읍 865표·회현면 517표·옥도면 469표·옥서면 1,653표로 총 3,606표를 얻었으며 ▲김철규 옥구읍 2,085·회현면 1,906표·옥도면 1,273표·옥서면 2,409표로 총 8,069표를 획득했다. 총투표 1만1,675표의 69.11%(투표율 65%)를 받아 무난한 당선이다. 당선의 영광을 안고 참모들은 물론, 지지자들과 함께 당선의 축배를 높이 들었다.
이제 남은 것은 전북도의회 직보다는 도의회에 진출했다는 것으로 만족했다. 앞으로 비록 지방정치인이지만 정치인으로서의 각오와 자세, 그리고 주민들의 대변인 역할에 모든 관심이 과제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