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암 김철규 시인
전 전라북도의회 의장
개원을 며칠 앞둔 일부 국회의원들은 갑자기 예비선거를 들고 나왔다.
우리 캠프는 무조건 수용하고 누가 되든 “능력과 역량이 있으며 의장으로서의 적임자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었다.
내 경우는 예비선거에서도 평소 갖고 있는 정치적 소신과 풀뿌리 민주주의가치가 어디에 있는가를 최소한의 이론을 갖고 있어 예비선거 자체에 무게를 두지 않았다.
특히 지방선거가 있을 것이라는 전제아래 한양대학교 지방자치연구소 조찬형 교수(고인)의 시. 도 순회지방자치대학을 개설, 지방의회진출희망자를 모집, 1주일의 강의를 한 뒤 일본 현지 지방자치구 등을 견학토록 했다.
이에 나도 동참하여 일본 광역과 기초의회를 방문, 지방자치 운영에 대한 의견교환을 나누는 등 당시의 지방자치 운영에 관한 사항을 숙지하고 돌아온 경험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중간에 예비선거를 하기로 결정이 돼서 7월 7일 역시 코아호텔에서 52명의 당선자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예비선거를 치르게 된다.
예비선거에 앞서 장수출신 이경해(고인) 당선자가 나를 찾아와 전주 김 모(고인) 당선자가 화장실로 찾아와 현금 2백만 원이 들어있는 봉투하나를 주며 부탁을 한다는 것이다. 즉시 반환하고 “그런 짓 하지마세요” 하라고 말해줬다.
나로서는 기상천외한일로 여겨졌다. 상상을 못할 얘기다. 그렇지 않아도 모 인사로부터 중앙당에 특별당비를 내야 한다고 해서 저로서는 특별당비를 낼만한 경제적 여유가 없다며 거절한 터인데 의장 예비선거에 돈 봉투를 돌린 것으로서 용납을 못할 문제라고 생각했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이분은 도의원 선거과정에서부터 2-3백만 원씩 세칭 선도금을 주면서 당선이 되면 의장선거에 도움을 달라는 부탁을 하고 다녔다는 것이다.
예비선거는 물론, 의장 본 선거에도 출마의견을 하고 다녔으나 2표에 그쳤다.
예비선거에는 6명의 후보가 10분씩 소견발표를 한다. 발표순서가 나는 꼴찌다.
앞 후보들의 소견내용이 지방의회의 핵심이 없는 것 같은 느낌 속에 마지막에 연단에 올라갔다.
소견 내용으로 1, 풀뿌리 민주주의를 정착시킬 것. 2, 의회운영의 민주화 방식의 운영, 3, 30년 만에 부활된 지방의회의 기능 등 8가지를 공약으로 내 세웠다. 다른 후보들의 박수보다 월등했다.
투표결과 과반을 얻었다. 7월8일 내일 본회의 개회에 앞서 의장선거를 먼저 하게 된다는 사무처의 안내로 예비선거 결과는 끝났다. 드디어 의장선거결과에 운명을 거는 7월8일이 왔다.
오전 10시 의장선거를 임시의장(최고연장자 김 모씨) 사회로 진행한다.
52명중 시골지역으로 버스시간이 늦어 10시 투표시간을 못지키는 2명을 제외한 50명이 투표를 한다.
특정 지어지는 후보가 없이 누구에게도 투표를 하는 교황식 선출방식이라 아주 자유스러운 선거가 실시된다.
당선자 한사란 한사람씩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선거가 치러지고 있다. 드디어 투표와 검표가 끝나고 임시의장에 의해 결과를 발표한다.
과연 누가 전라북도 의회 의장에 당선이 될까하는 데에 의원들은 물론, 취재진의 카메라 렌즈는 대단히 흥분된 상태이다.
한 표 한 표에 모아진 결과는 김철규 43표, 다른 후보 1표, 2표씩으로 발표하는 순간 와~~ 하는 함성이 본 회의장을 떠들 썩 하게 만든다. “김철규 의장 축하 한다”는 함성도 적지 않았다.
“부족함이 많은 저에게 의장이라는 무거운 짐을 주셨으나 제 역량 껏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라는 인사말을 끝으로 당선자 모두는 본회의장을 빠져나가 지정된 식당으로 향했다.
만색을 뿜어내는 표정은 주민투표로 도의원에 당선이 되고 거기에 의장까지 당선이 되는 영광을 안았으니 이 이상의 기쁨이 어데 있겠느냐는 마음이다.
”오늘의 영광은 지역구 주민, 그리고 도민 모두, 또한 당선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하고 인사를 끝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