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암 김철규 시인
전 전라북도의회 의장
30년 만에 부활된 지방자치제실시에 따른 절차상의 문제를 파악하는 데는 그리 쉽지는 않다. 먼저는 풀뿌리 민주주의가 어떻게 운영이 되어야 하는 것인지부터 마음의 정리가 필요하다.
또한 의원들의 보좌역할을 하는 사무처 직원들의 협조가 절대적이기 때문에 이의 관리 문제도 있다.
의장으로서는 상임위원회별로 의안을 심의 결정하고 상임위 통과를 한 다음 본회의에 부의하도록 적절한 자문을 해주어야 한다. 이에 따른 의회운영의 전반적인 적응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것은 평소 잘 알고 지내는 전북도청 김하영 국장이 초대 사무국장(6개월 후 사무처장. 부이사관으로 승급)에 임명됐다. 원래 사무국 인사는 도지사가 의회 의장과 사전 협의하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개원에 앞서 의회 사무국 구성이 돼야 하기 때문에 먼저 발령을 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사무국 직원도 부분적 부족함이 있지만 의원들은 더욱 그러하다. 각종 의회운영의 조례나 규정 등에 대한 내용이 충분히 준비가 덜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회 개원은 되어있으나 운영에는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렇지만 김하영 사무국장이어서 의회운영에 따른 전반적인 문제나 의원들의 요구사항 등을 잘 조정하고 보충하면서 운영의묘를 가져오도록 하자고 했다.
문제는 의장이 최종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나로서는 모든 결재 하나하나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사무처에서 총무과장이 제1호 결재를 가져 왔다. 의회운영에 관한 규정이다.
그런데 결재내용이 도청에서 사용하는 내용 그대로다.
나는 부전지에 ‘지방의회는 지방자치시대에 걸맞은 주민 위주의 의회운영에 관한 내용으로 할 것’이라고 하여 새로 써오도록 했다.
이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정신에 입각한 의회주의와 주민을 의식한 내용이어야 한다는 의도에서다.
또 한 가지는 본회의에서 의원들이 선출한 부의장 2명이 있는데 부의장 결재 없이 의장결재를 받으러 온 것이다.
의회운영 규정에 부의장 결재란이 없다고 한다. 없으면 만들면 됩니다. 득표가 많은 의원을 수석, 둘째를 차석부의장으로 하여 결재란을 만들어 반드시 차석부의장 먼저 다음 수석부의장 결재를 받은 다음 의장결재를 받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부의장을 로봇으로 만드는 것 아니냐”는 것이며 의회운영 전반에 관한 내용을 부의장들도 알아야 함과 동시 부의장의 위상을 도민들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의장의 몫이라고 판단했다. 그때 만들어진 결재과정은 지금도 지켜지고 있다.
의회운영의 원칙과 규정을 절대시하면서 현실과 너무 괴리된 내용은 내무위원회를 거쳐 현실에 맞는 개정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원내 총무를 맡게 될 내무위원장 선출이 쉽지 않았다. 문제는 신민당 일색으로 총무는 의원총회에서 선출해야 한다.
당시 신민당 전북도당위원장인 최락도 국회의원이 의장실을 찾아와 자신의 보좌관을 지낸 곽인희 의원을 총무로 선출토록 하라는 주문이다. 의정운영에 간섭인가 하는 불쾌감도 없지 않았다.
나는 의장이라고 해서 특정인을 추천하는 것은 월권이며 내가 원하는 의회는 최대한 의원 개개인의 자율성이 보장되는 투표로 선출을 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몇 차례 자체적으로 해보라는 의견을 주었으나 쉽지 않아서 결국 의장의 역할이기 때문에 사회를 보았다.
다만 사회를 보는 과정에서 원내총무는 성격이 원만하며 의원들의 화합과 리더십도 중요함을 강조하면서 곽인희 의원이 국회의원 보좌관 생활에서 익힌 경험에 대한 언질을 주는 정도로 끝냈다.
이에 별다른 이의 없이 결과적으로 곽인희 의원이 원내총무에 당선이 됨으로써 자동 내무위원장이 되었다.
의회운영에 어려움이 없지는 않았지만 그런대로 원내총무와 내무위원장 역할을 원만히 임기를 마친 것으로 평가하고 싶다. 인품이 있는 도의원 출신으로 나중에는 김제시장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