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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규 시대상의 시각

제50회 후반기 의장 불출마 선언

군산신문(1004gunsan@naver.com)2024-01-05 10:59:22 2024.01.05 10:57:26 링크 인쇄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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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암 김철규 시인

전 전라북도의회 의장

 

 

인간의 욕심은 무한하지만, 과욕을 버리고 아름다운 양보를 할 줄 아는 사람은 길이 남는다고 했다. 

 

나는 바람직하고 위대한 정신으로 살아가고 있음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와 나라에 이바지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평소 나의 신념은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사고방식을 버리고 올바른 판단, 소신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당장은 손해를 보는 일이 있어도 모두의 공동체 생활에 ‘모토’가 되면 그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30년 만에 부활 된 지방자치제에서 전북도의회 의장이 되었는데 임기 2년(전반기)이 끝나면 후반기는 어떻게 할 것인가를 놓고 많은 생각을 해봤다.

 

1993년 봄, 도의회에서 유럽선진국 견학을 가기로 했다. 선진지를 돌아보고 전북지방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는 사안이 무엇이 있겠느냐는 판단으로 유럽 선진지 견학을 허락하고 나도 동행을 했다. 

 

첫 여행지 스위스산 중턱 목조 호텔에서 투숙하게 된다. 설원 속의 오솔길을 걸어가는 정감이 내 마음을 휘감는다. 여정을 풀고 우리 일행을 수행한 전북일보 황이택 기자를 불렀다. 

 

가로등 불빛에 눈밭은 은빛으로 물들어있고 가끔 내리는 눈발은 가장 자유스러운 춤을 추며 나를 눈 속으로 유혹을 한다.

 

호텔 발코니 탁자에서 맥주를 주문했다. 

 

눈밭 속 호텔에서 황 기자와의 맥주는 참으로 낭만적이다. 

 

그러나 몇 잔을 마신 뒤 “이제 전반기 임기가 1개월밖에 안 남았는데 귀국을 하면 후반기 출마 여부를 밝히는 것이 내 도리가 아니겠는가”하고 말을 던졌다. 

 

몇 개월의 장고 끝에 후반기 의장은 다른 의원이 하도록 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황 기자는 내 말에 깜짝 놀라며 술을 한잔 더 마시더니 “참으로 훌륭한 결단이십니다. 우리 전북 정계에 새로운 이정표 하나를 만드는 것입니다. 큰 정치 하시겠습니다” 한다.

 

둘이서 아주 기분 좋은 맥주를 마시고 방에 들어갔다.

 

다음 날 아침 식사를 마치고 버스로 정상으로 올라가더니 가이드는 모두 하차해서 넓은 설원을 감상하시라는 멘트를 한다. 

 

나는 큰대자로 눈밭에 눠버렸다. 내 생애 최대의 설원을 체험했다. 

 

지금도 그 설원이 잔영에서 떠돈다. 10여 일의 선진지 견학을 마치고 귀국하여 의정의 보금자리 전북도 의회 의장실에 출근했다. 

 

견학 소감과 신상 발언을 하기 위해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역시 유럽의 선진지 견학은 지방의원들이 한 번쯤은 꼭 가볼 일이라고 했다. 

 

견문을 넓혀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하면서 중요한 내용은 후반기 의장 후보 불출마선언이다.

 

“초대 의장이 후반기까지 할 필요가 있겠는가를 판단하여 오늘 언론에 밝히는 것입니다.

 

나의 판단을 믿어주시길 바랍니다”하고 불출마 이유를 밝혔다.

 

“불출마 이유가 무엇이냐”는 등 다양성 있는 질문들이 쏟아진다. 

 

“나의 평소 정치적 소신은 나 아니면 안 된다는 발상을 버리고 다음 사람에게 기회를 줄줄 알아야 의회가 발전하게 된다”라고 짧게 답변했다.

 

 

문제는 “2년 동안 의회 운영을 하면서 정치적 역학관계는 물론, 커다란 인연을 맺은 동료의원들이 사전에 말없이 갑작스러운 불출마선언이냐”는 물음에 이를 설명하느라 많은 신경을 썼다. 

 

후반기 의장은 두 번째 나이가 많으신 김제 출신 이창렬 의원에게 물려주었다.

 

전북도의회 후반기 이창렬 의장은 농민당 총재를 역임하는 등 정치 생활을 30여 년 해오며 도의원에 당선됐지만, 의장 한번 하는 것이 평생소원이라는 말을 해온 분으로 알려졌다.

 

나의 소신으로 이창렬 의장의 소원을 풀어준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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