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의 동쪽이 멈추면 군산의 내일도 멈춘다.
1995년, 군산시와 옥구군이 하나가 되었다. 딱 30년이다.
공생공존의 ‘도농통합’을 약속했지만, 강산이 세 번 변한 지금의 성적표는 처절한 ‘도농단절’이자 ‘농촌폭망’이다.
농업관련단체들이 전체 예산의 10%를 농업예산으로 배정하라고 꾸준히 요구하고 있지만, 2025년 군산시 예산안에서 농업예산 비율은 여전히 7.8%에 머물러 있다.
군산의 농업을 떠받치는 동군산의 동쪽 끝, 서수(瑞穗)를 보자
옆으로는 길 하나만 건너면 익산이고, 아래로는 탑천을 끼고 익산과 나란히 있다. 군산이 육로로 뻗어나갈 수 있는 관문이자, 전북 내륙과 연결되는 최전방 교두보가 바로 서수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서수의 한 축에 대형 양계·축산 단지가 자리 잡고 있지만, 그 혜택이 지역으로 환원된다는 말을 믿는 주민은 없다.
주민 일자리는 오히려 줄고, 악취와 분진, 오폐수 민원만 쏟아진다.
설상가상으로 탑천을 옆에 둔 마을은 비라도 내릴라치면 가슴부터 철렁 내려앉는다. 올해도 기록적인 폭우로 서수면의 길이 유실되고 논과 밭, 비닐하우스가 침수를 겪었다.
바로 옆 익산은 마포천으로 물길을 올리는 배수펌프를 설치해 물난리에 대비한다는데, 우리는 탑천 준설이라도 우선 해달라고 애원해야 할 판이다.
이것이 통합 30년, 군산 동쪽의 현주소다. 서수를 포함한 동군산은 군산의 밥줄이자 숨줄이다.
여기서 자란 쌀과 채소, 축산물이 군산 시민의 밥상이 되고, 군산 경제의 바닥을 지탱해 왔다. 이제라도 서수를 향한 시선과 정책은 새롭게 정비되어야 한다.
▲양계·축산 피해를 입는 주민에 대한 실질적 보상과 환경개선 ▲흙을 지키고 물길을 정비하는 농업 인프라에 대한 과감한 투자 ▲고령 농민이 농사를 접어도 마을이 유지될 수 있는 공공 농지와 공익형 직불제 확대 ▲지역 생산-지역 소비의 먹거리 순환 체계 구축 ▲인접한 익산과의 광역 생활권 인프라 지원에 전폭적인 투자가 시급하다.
“군산시는 우리를 기억이나 하는가.”
서수의 한 식당에서 만난 어르신의 한탄이 가슴을 후빈다.
누군가는 그 물음에 답해야 한다. 군산의 동쪽을 다시 세우는 일, 그것이 바로 군산을 바로 세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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