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희완 도시·지방 정책연구소 소장(제7대 군산시의회 의장)
기본소득 논의는 더 이상 이론의 영역에 머물러 있지 않다.
성남과 경기도에서 시작된 청년 기본소득은 이미 제도화의 문턱을 넘었고, 전북 역시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통해 보편적 소득 보장의 실험에 들어섰다.
이제 질문은 명확하다. 군산은 어떤 방식으로 기본소득을 설계하고, 이를 지역 현실에 맞는 정책으로 구현할 것인가.
군산시 기본소득 논의에서 핵심은 현금 지급 그 자체가 아니라, 시민의 실질 가처분소득을 어떻게 늘릴 것인가에 있다.
같은 금액을 받아도 주거비가 높으면 체감 효과는 급격히 낮아진다. 이 지점에서 주거 정책은 기본소득의 가장 강력한 보완 장치가 된다.
월세를 낮추는 것은 곧 매달 일정 금액의 기본소득을 추가로 지급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낳는다.
◇전주시 월세 1만원 청년주택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최근 전주시가 시행한 월세 1만원 청년주택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보증금 50만원, 월세 1만~3만원이라는 파격적 조건은 청년들의 절박함을 정확히 건드렸고, 그 결과 23가구 모집에 1300명 이상이 몰리는 50대 1 이상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경향신문의 ‘‘월세 1만원’ 전주 청년만원주택, 참 좋은데 들어갈 방법이 없네’ 보도에서도 전주 청년 1만원 주택은 상반기보다 더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들어가고 싶어도 들어갈 수 없는 주택’이 되었다는 점이 강조된다.
서울신문의 ‘“절실해요”…‘월세 1만원’ 파격에 집 없는 청년들 구름떼’ 기사에서도 전주시 정책의 한계를 볼 수 있다.
정책의 취지는 옳았지만, 공급 물량이 턱없이 부족했다. 2028년까지 210가구 공급 계획은 연간 수천 명씩 감소하는 청년 인구 규모에 비해 상징적 수준에 그친다.
결국 월세 1만원 주택은 청년 주거 불안을 완화하는 제도가 아니라, 극소수 당첨자만 혜택을 누리는 ‘경쟁형 복지’로 작동하고 있다.
좋은 정책이지만, 들어갈 방법이 없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더 나은 ‘군산시 정부의 월세 1만원 청년주택’을 만들어야
군산이 같은 길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군산시가 월세 1만원 청년주택을 몇십 가구 공급하고 끝내는 방식은 청년 주거 안정에도, 인구 유출 방지에도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군산의 선택지는 보여주기식 정책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구조다.
군산형 모델의 핵심은 ‘속도보다 지속성’이다. 한 번에 500가구, 1,000가구를 공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러나 매년 100가구씩 꾸준히 공급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월세 1만원 주택과 함께 월세 5만원, 10만원 수준의 준공공 임대주택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면, 특정 계층에만 집중되지 않는 넓은 주거 안정망을 만들 수 있다.
청년뿐 아니라 신혼부부, 30~50대 중장년, 65세 이상 노인까지 아우르는 주거 기본소득의 토대가 된다.
◇예산은 군산항 준설토 활용+국토부 특화주택 공모사업 참여로
관건은 예산이다. 이때 군산만이 가진 고유한 재원이 등장한다. 군산항 준설토다.
군산항은 매년 300만㎥ 이상의 준설토가 발생하고 있으며, 투기장 포화 문제로 인해 처리 비용은 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비용이 아닌 자원으로 전환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새만금 산업단지 매립재 활용, 연약지반 개량용 고화 처리, 건설 자재화, 폐석산 복구재 활용 등을 통해 준설토를 자원화할 경우,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다.
이 수익을 주거 안정 정책의 기초 재원으로 연계하는 것이 군산형 기본소득 모델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여기에 국토교통부 특화주택 공모사업과 같은 중앙정부 정책을 결합하면 재정 부담은 더욱 낮아진다.
국토부는 이미 월세 1만원 주택을 포함한 청년 특화주택에 대해 가구당 수억 원 규모의 시설 지원을 하고 있다.
국토부는 월세 1만원 특화주택 4500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다.
군산시는 자체 재원과 국비, 도비를 결합한 구조를 통해 단년도 이벤트가 아닌 중장기 사업으로 주거 정책을 설계할 수 있다.
◇월세 1만원 청년주택은 ‘청년이 지역에 살 권리를 보장하는 것
중요한 점은 철학이다. 월세 1만원 청년주택은 ‘혜택을 베푸는 정책’이 아니라, 지역에 머물며 살아갈 권리를 보장하는 기본소득의 한 형태여야 한다.
청년이 월세 부담에서 벗어나면 소비는 지역 안에서 이뤄지고, 그 소비는 다시 지역 경제와 세수로 돌아온다. 주거 안정은 지출이 아니라 투자다.
군산시 기본소득 논의가 지향해야 할 방향은 분명하다.
현금 지급만으로는 부족하다. 주거, 소비, 지역경제가 하나의 선순환 고리로 연결될 때 기본소득은 비로소 현실이 된다.
군산형 월세 1만원 청년주택은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다만, 전주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고, 군산만의 자원과 속도로 꾸준히 이어갈 때만 가능하다.
기본소득은 선언이 아니라 구조다. 그리고 그 구조는 군산의 현실에서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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