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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경제와 미래] 저항하라! ‘맛있는 밥’은 권리다

신동우 로컬칼럼니스트

군산신문2026-02-12 20:28:42 링크 인쇄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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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서울에 사는 지인이 온다는 전갈이 왔다. 밥 ‘소믈리에’ 다. 부랴부랴 ‘밥이 맛있는 식당’을 찾았다.

 

하지만 맛있는 밥집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인지도가 높은 미식 여행지인데도 말이다.

 

검색한 ‘맛있는 밥’을 내세운 식당은 겨우 1곳..기억의 공간에서조차 밥집의 다른 대안을 선뜻 정할 수가 없었다. 당황스러웠다.

 

하여 생각이 깊어졌다. 30여 년 외식의 경험을 떠올렸다. 대부분 주는 대로 먹었던 터였다. 밥이 있으면 국이나 찬의 맛으로 먹곤 했다. 다시 안 가면 그만이기도 했고.

 

육류 소비량이 쌀소비량을 추월하면서 밥은 1식의 중요도에서 더 밀려났다. 때론 입가심으로 먹는 그 무엇이었다.

 

더욱이 온장고가 주는 편익에 매몰되면서 고유의 윤기와 풍미가 사라졌다. 된밥은 딱딱해지고 진밥은 떡처럼 되고.

 

그러다가 식당에 익명으로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새 바람을 기대했다.

 

하지만 밥맛에는 관심이 적었다. 오히려 밥양과 찬수가 줄었다. 밥값이 올랐다. 기대했던 댓글은 두루뭉술했다.

 

 

“맛이 별로”, “주인 불친절”, “위생 최악” 정도..밥맛만 따로 평가하진 않았다. 돌솥밥처럼 가격과 품질이 다른 경우가 아닌 한 그랬다.

 

지난 20년 쌀은 품질이 약진했다. 벼 시비량은 50% 이상 줄었다. 그에 따라 밥맛은 몰라보게 좋아졌다. 상향편준화,

 

‘저가미’를 쓰는 식당은 있어도 ‘나라미’를 쓰는 식당은 없어졌다. 그런데도 밥이 맛있는 식당이 없다니 마치 모순형용과 같다.

 

그 사이 맛의 척도는 세분되고 혀끝은 더 민감해졌다. 맛과 품질의 기준이 달라졌다. 그럼에도 왜 유독 밥맛만 고객의 필요를 다 반영하지 못했을까?

 

시인 성미정은 ‘밥’ 시에서 밥은 시간을 달여 만든다고 했다. 밥은 생명의 원천이다. 어머니가 쏟아낸 세월이다. 그 서사는 우리의 정체성이자 우리 문화의 토양이다.

 

지금도 여전하다. 다만 ‘밥’이 입은 옷의 색이 옅어졌다. 해마다 소비가 준다. 사회적 시선도 변했다. 

 

밥상에서도 위태하다. 품질은 아주 좋은데 가격은 정체다. 쌀의 역설, 홀친 매듭을 풀어야 한다.

 

김동규의 ‘미학개론’에서 작가는 밥 1인분인 쌀 100g의 쌀알의 수를 세어봤나 보다.

 

신동진은 3,420알이란다. 쌀 한 가마(80kg)에 24만원이라면 300원에 3,420알, 1원에 11.4알이다.

 

소비자보호원에 의하면 2024년도 백반(김치찌개)의 평균가격은 8,600원 정도다. 백반 총액에서 쌀은 3.5%를 차지한다.

 

400원이라도 4.7%이다. 전체 원가 대비 차이가 적다. 고객 만족, 재방문 등 편익을 고려하면 100원 인상도 견딜만하다.

 

국민 1인 소득이 4만 달러를 향한다. 당연히 ‘맛있는 밥’을 언제, 어디서나 먹고 싶은 향유 욕구가 절절하다.

 

한 끼라도 ‘밥’으로 대접받고 싶다. 

 

그건 권리다. 그러니 “이 상황에 저항하라.” 언제까지 사다리 타기 식으로 낙점되는 밥맛에 굴복할 것인가. 어떤 쌀이 맛있는지, 어떻게 밥을 짓는지를 알지 않는가.

 

즉석밥은 전체 쌀 소비량의 20% 언저리다. 조만간 식당밥은 즉석밥에도 밀린다. 그러니 ‘집밥이 최고’라는 말을 허투루 흘리지 마라. 지혜고 묻혀둔 경고다.

 

‘밥집’의 주인공은 ‘밥’이다. 소비자는 정성과 배려까지 구매한다. “갓 지은 구수한 밥”을 떠올리면서. “밥만 먹어도 맛있다”는 말, 누릴 때가 됐다.

 

최근 한식당이 주는 통계의 행간을 보라. 인내심이 소진 직전이다. 공론의 장을 열어야 한다.

 

그래야 온전한 맛집 여행의 선순환을 만들 수 있다. 적당히 뭉갤 일이 아니다. ‘내 밥 권리 찾기 운동’을 벌여야 할 판이다.

 

‘밥맛이 좋은 식당’이 시나브로 늘어나면 관련 주체들은 그 길을 따르게 된다.

 

농민은 단백질이 적은(6.5% 이하) 쌀을 생산하고 민관은 국격에 맞는 ‘맛의 생태계’를 그린다.

 

세계에서 어떤 나라도 가지지 못한 최고의 밥맛, 그것은 구수한 밥, 따뜻한 국, 정갈한 반찬이 선사하는 균형과 조화를 언제, 어디서나 밥상에 만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K-푸드의 고속도로를 안팎으로 놓는, 조금 미뤄진 과업이다. 

 

<외부칼럼은 본사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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