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홍 전 군장대학교 명예교수
참으로 통탄(痛嘆)할 일이다. 최근 해양수산부가 제131차 중앙항만정책심의회에서 의결한 소위 ‘국가관리무역항 새만금항 지정 방안’은 127년 정통성을 지닌 군산항의 법적 지위를 말살하고 지역의 영혼을 난도질한 행정 폭거이자 치욕적인 밀실 야합이다.
해수부의 개정안은 아직 매립도 되지 않고 ‘국제표준코드’ 조차 없는 바다 위 ‘유령항’을 상위 개념으로 둔갑시키고, 대한민국 14대 국가관리무역항인 진짜 군산항을 그 하부 구역으로 격하시켜 버렸다.
태어나지도 않은 유령이 어찌 백 년 역사성과 실체를 가진 부모를 거느리고 관리하겠다는 말인가! 본말전도(本末顚倒)도 이런 본말전도가 없다.
새만금신항은 2040년 최종 완공이 되어도 현재 군산항 체급의 절반 규모에 불과한 미완성 항만이다.
그동안 매립도 안 된 그 바다에서 공유수면을 관리하고, 어업권을 감독하며 온갖 궂은일과 예산을 감당해 온 것은 오직 군산시였다.
김제시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다가 국가가 항만을 지어주니 “우리가 운영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뻔뻔한 적반하장식 떼쓰기로 ‘투포트(독립항)’ 지정을 요구해 왔다.
해수부는 이 황당한 소지역주의에 단호히 채찍을 들기는커녕, 군산항의 이름을 지워버리는 기만적인 명칭 세탁으로 김제시의 손을 들어주었다.
대한민국 항만행정의 표준 선례를 보라! 부산항만공사(BPA)는 신항의 행정구역 일부가 경남 창원에 걸쳐 있어도 정통성과 글로벌 브랜드 가치를 위해 상위 명칭을 ‘부산항’으로 확고히 유지하며 일원화하여 관리한다.
여수광양항만공사(YGPA) 역시 두 항만의 역사성을 대등하게 융합하여 갈등을 봉합했다.
왜 유독 군산항만 이 확고한 국가 원칙에서 배제되고 차별당해야 하는가.
전 세계 물류망이 공인한 군산항의 국제코드(KR KUV) 자산을 스스로 깎아내리는 자해 행정을 우리 군산시민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이 거대한 야합 앞에서도 표 계산기만 두들기며 입을 닫은 우리 지역의 정치권이다.
선거철을 맞아 표퓰리즘에 눈이 멀어 김제시의 편파적 입장만 대변하는 도지사 후보도 선을 넘었지만, 군산의 주권을 사수해야 할 국회의원 후보들이 시민들의 거대한 분노 앞에서도 비겁하게 ‘노코멘트’ 침묵으로 일관하는 행태는 참으로 치욕스럽다.
선거가 끝나기 전에는 꼼짝도 하지 않다가, 표만 챙기면 구렁이 담 넘어가듯 대충 무마하겠다는 얄팍한 계산 속이 눈에 선하다.
침묵은 곧 방조이자 배신이다. 선거 뒤로 숨을 수 있을 것이라 착각하지 마라.
답변을 거부하는 자가 있다면, 26만 군산시민은 그들을 주권 배신자로 낙인찍고 투표장 앞에서 가장 매서운 민심의 회칙으로 심판할 것이다.
해수부는 실체 없는 유령항을 빌미로 한 야합 의결을 즉각 철회하라!
그리고 국가 표준 선례를 따라 엄연한 실체와 주권을 가진 군산항을 중심으로 ‘군산항만공사(가칭)’를 설립하여 신항을 통합 관리·운영하는 올바른 법치로 회귀하라!
정치인들 역시 이 정당한 대안을 당장 선거 공약으로 채택하고 시민 앞에 응답하라!
군산의 바다는 조상들의 피땀이자 우리의 미래다.
필지의 매서운 붓끝과 26만 시민의 결연한 의지를 모아 백 년 무역항의 이름을 지키고 군산의 자존심을 온전히 사수할 때까지 우리는 결사 항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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