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홍 전 군장대학교 명예교수
대한제국의 황제였던 고종의 자주적 결단으로 개항한 군산항의 공식 개항일은 1899년 5월 1일입니다.
이를 기념해 개항 100주년이 되던 1999년 5월, 한국물류학회의 석학들과 군장대학교가 뜻을 모아 ‘군산항 개항 100주년 기념 물류학술세미나’를 개최했습니다.
이 세미나는 당시 군산관광호텔에서 성대하게 열렸으며 저는 직접 유치 활동에 참여해 군산에서 개최되도록 노력했습니다.
당시 세미나는 “군산항을 서해안 거점 중심항만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학술적 방향성을 정립한 역사적 이정표였습니다.
1999년 5월의 이 엄연한 학술적 사실은 어떤 행정적 해석이나 시행령으로도 부정될 수 없는 군산항의 역사적 정통성과 정체성을 보여주는 소중한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국익 증진과 국민 통합을 위해 헌신하고 계시는 대통령님께 군산의 한 노학자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이 탄원을 올립니다.
저는 1999년 군산항 개항 100주년을 맞아 개최된 한국물류학회 세미나를 유치하고 군산항의 서해안 거점 중심항만 전략을 연구해 온 물류학자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해양수산부와 일부 지방자치단체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번 중심의 갈등과 항만 명칭 분쟁을 바라보며 평생 지켜온 학문적 자존심과 지역적 이해관계를 내려놓기로 결심했습니다.
대통령님께 간곡히 호소드립니다. 설령 군산항이 지녀온 중심항만으로서 명예와 역사적 지위를 모두 내려놓더라도 부디 전북의 공멸만은 막아주시기를 바랍니다.
본래 새만금 신항은 군산항의 토사 퇴적과 수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해에 조성된 군산항의 연장선이자 한 몸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지번과 행정구역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면서 전북도민들이 서로 대립하고 있습니다. 이를 바라보는 마음이 참으로 아프고 또 아픕니다.
이에 평생을 바친 한 노학자가 간절히 읍소드립니다.
개항 100주년을 기념하던 당시 세미나에 함께했던 군산시민들도 중심항만으로서 기득권을 내려놓을 준비가 돼 있을 것입니다.
차라리 여수항과 광양항이 하나의 항만체계로 운영되고 있듯이 ‘새만금항’이라는 통합 중심항만 체제를 구축해 기존 군산항은 ‘군산항 제1항’으로, 새만금 신항은 ‘군산항 제2항’으로 운영하는 원포트(One-Port) 상생 방안을 적극 검토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나아가 새만금 지역의 행정 경계를 재정비하는 ‘새만금 지번 대통합’을 추진하고 전주는 내륙 중심의 동부권 통합도시로, 군산·김제·부안은 세계로 나아가는 서부권 통합도시로 발전시키는 동·서 균형 대통합의 길을 열어주시기를 요청드립니다.
127년 역사 군산항이 역사 속에서 폄하되는 비극을 막고 갈라진 도민의 마음을 다시 하나로 묶는 국민 통합의 새로운 모범을 세워 주시기를 간곡히 바랍니다.
72세 노학자가 고향의 숨통을 지키기 위해 마지막 힘을 다해 올리는 이 호소를 부디 외면하지 말아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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